날아서 세계 속으로-공중도시 라파즈

Day 19 볼리비아, 라파즈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행히도, 쿠스코 공항에서 산소공급 처치가 유효했는지 엄마의 컨디션이 훨씬 좋다.

데보라 민박에서 훌륭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주요한 관광지 정보를 얻어 시내 관광을 하러 나선다.




<달님이 뽀뽀하고 간 계곡, Valle de la Luna>


보통 우유니에서 육로로 이동하시는 분들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을 가게 되는데, 라파즈에 있는 달의 계곡은 그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미니 버전이라 할 수 있을 성싶다.

우리는 비행기 이동만 있으니까, 아타카마 사막은 못 가보고 라파즈 달의 계곡을 가보기로 한다.


아침식사 후, 사장님이 불러주시는 라디오 택시를 타고 출발.

그런데 불러주신 택시의 상태 또한 심상치 않다. 뒷바퀴 쪽에 쇽이 주저앉은 차 같다.

나스카 이래로 또다시 차체와 타이어가 맞닿아 부욱부욱 긁히는 소리를 들으며 간다.

허허허허허.. 나는 내 차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안 고치면 차가 길거리에 서버릴 것 같아 무서워서 항상 고쳤는데, 의외로 차는 잘 안 고쳐도 잘 다니는 것 같다...


꼬마쥐는 볕도 따가운데 어디 가자하니 불만이 크다.


"달의 계곡에 가는 거야"

"가면 달이 있는 거예요?""

"아니. 달님이 거기가 너무 예뻐서 뽀뽀를 쪽 해주고 갔대. 그래서 달님 모양으로 울퉁불퉁 신기한 모습이 찍혀 있는 곳이야"


그러자 꼬마쥐도 조금 신이 났다. 달님이 뽀뽀를 했대요? 어떻게? 지금 가면 달님을 볼 수 있어? 하면서 궁금한 점이 많다. 다행이다. 나머지는 네가 가서 확인해라.

달님이 뽀뽀하고 가서 이렇게 신기한 모양이 되었다고 둘러댄 달의 계곡. 꼬마쥐는 자기도 뽀뽀를 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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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아래 황량하고도 기이한 지형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것 같다...라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우주스럽긴 하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떠 올린 건 그 가락엿, 중간에 구멍 뚫린 엿가락들을 세워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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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이 없어서 꼬마쥐의 흥미는 빠르게 식었다.

엄마가 오래 걸어 다니시기엔 무리가 있는 지형인지라, 엄마는 입구 근처만 살짝 둘러보시고 그늘에 앉아 기다리시는 동안 우리는 15분짜리 코스를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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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짜리 코스는 저 계곡 아래로 내려가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음. 괜찮아. 이걸로도 충분해.








<나는 하늘을 달려-텔리페리코>

라파즈의 분지형 지형특성상, 집들이 가파른 절벽을 깎아서 세워져 있다.

그 사이사이로 물론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차로 다니는 것이 한눈에 봐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라파즈에는 텔레페리코라는 이름의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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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빨간 선과 주황선이 만나는 역에 있다.


먼저 빨간 선을 타고 라파즈 분지를 올라가 고도 4100m의 고지 엘알토 쪽으로 갔다가 내려와서, 주황색-흰색-파란색-초록색 선을 정신없이 갈아타고 IRPAWI 역까지 가는 게 목표다.

숙소는 파란점선으로 그려진 라인의 끝, cota cota역에 있는데,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 당시엔 아직 매개통 구간이었기에 택시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저녁 먹고 쉬다가 라파즈 야경은 날씨를 봐서 나가든 말든 나중에 결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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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는 놀이동산이나 어디 관광지에서만 타던 건데 대중교통이라니 신기하다.

꼬마쥐도 신났고, 나도 신났다! 어서 텔레페리코 표 사러 가자!!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은 어쩐지 신난다! 후후후후.

한 번 타는데 1인당 5볼. 우리는 5인가족이라 한 번 탈 때마다 5장씩 필요하다.

일단 넉넉히 30장을 구매해 본다. 표를 한 뭉치 들고 있으니 어쩐지 부자가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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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쥐는 남아공에서 테이블마운틴에 올라갔을 때, 하트비스푸르 댐에 놀러 갔을 때 케이블카를 타보기는 했지만 둘 다 너무 어려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다. 꼬마쥐로서는 난생처음의 경험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너무나 신나고 기분이 좋은 꼬마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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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을 타고 엘 알토로 올라가다 보면 크게 두 가지의 볼거리를 마주한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아무래도 이것.

왼쪽 사진 절벽 사이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게 사고 나서 저기에 공교롭게도 끼어버린 차이다.

운전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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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볼거리는 라파즈 공동묘지.

케이블카 아래쪽으로는 공동묘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상당히 넓은 면적의 공동묘지를 보며, 저기는 아파트형 묘지, 저기는 단독주택 묘지... 하며 공중에 둥둥 떠서 구경했다. 관광이라는 측면에서는 둥실둥실 앉아서 이런저런 장면들을 볼 수 있어 참 편하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잠깐. 엘 알토에 올라오니 고도가 올라가 그런지 나는 또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해발고도 4100m는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어서어서 내려갑시다.


그런데 사람이 느므 많다. 케이블카 줄이 까마득하게 서있다 orz 맙소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은 엘 알토 정류장에서 장이 선단다.

덕분에 텔리페리코를 타려는 줄이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나는 산소가 희박해 두통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얌전히 줄 서서 내려오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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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증 free인 요 녀석은 엄마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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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동동 떠서 바라보는 라파즈 시내와 이를 굽어보고 있는 눈 덮인 설산.

그냥 보기엔 별로 안 높아 보이는데, 여기가 기본적으로 해발 4000m가 넘다 보니, 저 낮아 보이는 산도 사실은 해발 6000m가 넘는 산이란다. 하하하 그렇기도 하겠다.



<남미 최고의 놀이터를 만나다>

빨간 선을 타고 엘알토에서 내려온 다음, 오렌지선으로 바꿔 타고 종점까지 둥둥 실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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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던 꼬마쥐는, 자신이 앉고 싶었던 자리에 같이 탄 다른 아이가 앉아 심통이 났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그걸 놀려대는 바람에 한층 뿔이 나서 한껏 째려보고 있다.

야.. 너 그렇게 째려보다가 눈 돌아가겠다...


둥실둥실 순조롭게 떠가던 텔리페리코는 우리를 종착역인 Plaza Villarroel 역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이 역은 플라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광장이 있는데 여기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에 목마른 꼬마쥐가 이를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어차피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해 꼬마쥐를 한차례 놀리고 들어가기로 한다.

부모님은 벤치에 앉아 쉬시고, 우리는 꼬마쥐와 함께 볼리비아의 놀이터는 어떤가 구경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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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수동 회전목마(?).

자세히 보면 저 가운데 축에 아주머니 한 분이 서서 손으로 돌리고 계신다. 하하하!!

5볼을 내면 태워주시는데, 아주머니가 중간중간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시는 걸로 봐서는 한 십 분쯤 태워주시나 보다. 꼬마쥐는 두 번인가 세 번인가를 타고서야 겨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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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보면 볼 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모범적 재활용 사례로 써도 될 것 같은 이 수동 회전목마.

다른 플라스틱 장난감 자동차나 오토바이, 말 등을 줄로 매달아서 만들었다.

하하하 귀여워!!

에코 프렌들리가 대수냐.. 이게 바로 그린-메리-고-라운드다..


그런데 이곳의 매력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수동 회전목마뿐 아니라 너무 매력적인 놀이터가 있어서 꼬마쥐를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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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쥐에게 있어서 남미여행 최고의 순간은 바로 이 공공 놀이터에서 보낸 시간일 것 같다.

무료로 사용하게 되어있는 공공 놀이터인데, 정말 시설들이 잘 되어있었다.

저 신나는 얼굴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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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놀이터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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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이 놀이기구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외관 전반에 걸쳐 철망이 둘러져있어 일단 아이들이 떨어지거나 다칠 일은 없다.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층은 기어오르든, 구멍으로 들어가든, 사다리로 오르든 하게 되어있고,

각 층의 바닥은 매끈매끈한 철판으로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기어올랐다 미끄러져 내려오며 재밌게 놀게 되어있다.

꼬마쥐는 처음에는 여기를 무서워해서 익숙한 미끄럼틀이나 그네에서 놀다가 시간이 좀 지나자 이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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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꼬마쥐는 이 놀이기구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여기서 자기 또래의 볼리비아 여자 아이를 하나 사귀더니 둘이 손잡고 다니며 여기저기 기어오르고 잡아주고 함께 미끄럼도 타고 하며 놀더라.

남아공에서도 느낀 건데, 아이들은 말이 안 통해도 참 빨리 사귄다.

친구가 생기니 무서움도 없어졌나 보다. 신나게 논다.


게다가 이 놀이기구의 장점은 엄마 아빠가 여기를 따라 들어갈 수 없다는 것.(중요. 엄근진)

우리는 그저 그늘에 앉아 때때로 손만 흔들어주면 된다.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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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 시간이 지나 두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꼬마쥐가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

엄마 아빠도 모처럼 꼬마쥐 논다는데 내버려두라 시는데 내가 집에 가고 싶다. 내가! -_-);;;

하여 남편을 보내 꼬마쥐를 잡아오라 했지만,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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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 꼬마쥐를 할아버지가 잡아왔다.

꼬마쥐는 못내 아쉬운지 도망가다 할아버지에게 안겨서 돌아왔다.

아 진짜 고산지역에서 꼬마쥐 안아주시지 말라니까, 아빠도 참... 꼬마쥐만 신났네.


이곳에서 잠시 쉬다가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두 시간이나 지나갔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간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온 가족이 아이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이 여행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두 시간의 시간은 꼬마쥐에게는 큰 기쁨을, 어른들에게는 휴식이 되어주었다.



<바람, 바람, 바람,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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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초록 선으로 갈아타고 숙소로 가는 길.

저녁이 되어가며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텔리페리코가 흔들립니다!!!

바람 소리도 윙윙 엄청나게 들립니다!!


게다가, 초록색 선은 산을 하나 넘어가는 선인데,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가파르게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날씨가 좋았어도 이 초록선은 꽤 무서웠을 것 같은데 흐리고 바람불 때 타자니, 정말 무서웠다.

밤이면 바람이 더 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텔리페리코를 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야경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숙소에 가면 안락한 침대에 누워서 안 나오련다.

그냥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숙소에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저녁식사 시간은 7시이니 딱 맞춰 온 셈이다.

언제나처럼 상다리가 부러지게 진수성찬으로 차려지는 식사를 속이 불편해 쪼아 먹었다.


그리고 폭신하고 아늑한 침대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내일은 드디어 우유니 사막을 보러 간다.

카톡 방에서 요즘 우유니 날씨가 엉망이라 스타라이트를 보기가 힘들다고 들었는데, 제발 날씨가 좋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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