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 우유니, 볼리비아
<소금사막 마을, 우유니로>
라파즈를 떠나 우유니로 향하는 아침. 해발 4,100m의 라파즈 공항에서 엄마의 컨디션은 다시 나빠졌다. 공항 의무실에서 산소 공급을 받았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의사는 폐렴이 걱정되니 우유니에 도착해서 컨디션이 나빠지거든 꼭 병원을 찾으라는 불길한 말까지 덧붙였다. 길고도 긴 고산지대 여정. 누굴 원망하겠는가. 이런 일정을 짠 과거의 내 자신을 질책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우유니에서 2박, 돌아와 라파즈에서 1박. 3박만 지나면 고산지대는 끝이니 부디 모두들 건강합시다.
페루에서 라파즈 오는 항공사에서 기내식 없이 물만 주길래, 이번에도 그럴 줄 알고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준비했건만.. 얄궂게도 준비한 날은 꼭 기내식이 나온다. 페루의 고속버스 때도 그렇고 엇박이 나는 기분이다.
우유니 공항에 내리자마자 하늘을 확인해보니 꾸물꾸물하다.
아, 이런. 오늘 소금사막 투어 가기는 글렀다. 날씨가 팔할인 투어인데, 이렇게 흐려서야 원. 소금사막에 얕게 깔린 물에 반영되는 풍경과 하늘을 봐야하는지라 이렇게 날이 흐리면 공치는거다.
계획은 전면 수정이 필요했다. 일단 시내의 소금 호텔에 체크인하고, 다음 날은 부디 날씨가 좋길 바라며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여행사로 향하기로 한다.
<짬타이거와 함께 우유니 시내구경>
오늘 우리가 여행사에 꼭 가야 하는 이유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남미여행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진작가, ‘찰칵삼촌 오작가’. 정보를 나누기 위해 모인 그곳에서 친해진 몇 사람 중 하나였는데, 지금 우유니에 머물며 스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기에 만나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우유니를 떠나면 칠레로 가야하는데, 칠레는 음식물 검역이 까다롭고 벌금도 기백만원씩 나온다고 들었다. 우리는 칠레의 까다로운 음식물 검역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볶음고추장과 젓갈 같은 귀한 반찬들을 그친구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카톡방에서는 나의 인류애넘치는 아름다운 나눔을 두고, 오작가를 ‘짬타이거’ 삼았다 음해하는 세력도 있었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니다!
카톡만 하던 사이에서 직접 만나보니 어색하기도 하도할샤. 게다가 남편과는 아예 생판 남이라 더 뚝딱거리는 첫만남이었다. 하지만 어색한 첫인사도 잠시,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원래 나는 우유니에 머무는 2박 3일을 소금사막 투어로 꽉꽉 채울 예정이었으나, 최근 날씨가 별을 보는 스타라이트 투어를 하기에는 너무 안좋단다. 선셋만 봐도 다행인 듯.
우유니가 날씨가 안좋으면 인천 앞바다랑 다를 바가 없는거다.. ;ㅁ;
하여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투어는 내일 데이투어 및 선셋으로 정리했다.
나가봐서 날씨 좋으면 스타라이트까지 연장하는걸로.
오작가도 마침 날씨 때문에 투어가 취소되어 하루를 공치게 된 차였다며, 갈 곳 잃은 우리 가족을 위해 기꺼이 우유니 마을 가이드를 자처했다.
<우유니버셜스튜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작가님이 우리를 처음으로 안내한 곳은 우유니의 랜드마크, ‘우유니버셜스튜디오’였다. 정식명칭은 아니고 내가 그렇게 이름 붙였다. 히히.
무려 3층 높이의 거대한 미끄럼틀을 주력으로 하는 우유니버셜스튜디오!!
꼬마쥐가 어찌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나는 저기 올라가면 고산병이 도질 것 같아 꼬마쥐만 아빠랑 탔다.
아주 동네 아이들 다 올라 타는 핫플 중에 핫플이다.
누가 우유니를 심심한 동네라 했는가. 이렇게 멋진 놀이기구가 있는데.
거대 미끄럼틀 옆에는 유료로 즐길 수 있는 미술교실이 성업 중이었다.
5볼(800원)을 내면 그림 한 장을 골라 물감으로 색칠할 수 있게 해준다.
꼬마쥐는 무려 두 장의 그림을 완성시켰다. 이뿐이랴.
5볼을 또 내면, 이렇게 덤블링도 탈 수 있다. 나는 고산지대에서 방방을 뛰겠다는 꼬마쥐가 너무나 염려스러워서 좀 살살타라고 이야기해봤지만, 어디 씨알도 안먹힐 소리. 꼬마쥐는 고산증-free임을 다시금 입증하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미술교실과 방방 합쳐 15볼이 들었는데, 오작가가 돈을 내주어서 꼬마쥐에게 멋진삼촌이 되었다.했다.
이렇게 우유니버셜스튜디오의 유/무료 서비스들을 즐기고 나자 오작가는 우리를 데리고 우유니에 하나 뿐인 오락실로 데려갔다. 그곳은 오작가가 운동삼아 펌프를 즐기는 오락실... 작디 작은 그 오락실에는 게임기가 몇 대 없었는데, 희안하게도 배구장이 들어있었다. 신기한 조합이다.
<여행이 반이나 남았다, 반 밖에 안남았다?>
우유니 마을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시장구경.
꼬마쥐는 방방을 뛴 것이 피곤했는지, 내게 업히셔서는 시장을 둘러보셨고..
내일 투어를 위해 바나나를 좀 샀다.
우유니가 목요일에 장이 선다는데, 그 때 외에는 신선한 과일 찾는 건 좀 어려워보였다.
우유니는 정말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때문에 여러 편의시설이나 그런걸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그런데 왜 이 시골구석까지 원수같은 킨더초코렛을 파는 것이냐.
이 세상 쓸데없는 물건이 왜 볼리비아 시골골짝까지 들어와있는거냐!! 극혐.
꼬마쥐의 눈이 이를 놓칠리 없다. 아이고.
그렇게 성황리에 투어는 종료되고, 나는 오작가가 소개해 준 새로 열었다는 일식집에서 돈까스를 사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여차저차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네. 벌써 40일 중 반이 지나가버렸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여행의 반이 지나가자, 얼마 후에는 부모님과 또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씩 마음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