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서라도 그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
캐릭터 다이닝이 '우아한 팬미팅'이라면, 파크 내 그리팅은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모험’이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랜드(Land) 별로 그 구역의 주인장 격인 캐릭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줄 서는 게 힘들긴 하지만, 막상 내 아이가 우디 보안관에게 경례를 받고, 아이언맨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걸 보면 그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래도 홍콩 디즈니랜드는 도쿄에 비해 그리팅 대기 줄이 20~40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리나벨 같은 인기캐릭터, 산타 미키 같은 시즌 캐릭터 제외). 전 세계 어느 디즈니파크를 놓고 비교해도, 홍콩 디즈니만큼 캐릭터 그리팅하기에 좋은 곳이 없다. 만약 누가 나에게 홍콩 디즈니의 가장 큰 장점 두 가지를 꼽으라 한다면 공연과 캐릭터 그리팅을 꼽을 것이다. 놓치면 후회할 홍콩만의 그리팅 포인트 몇 군데를 소개한다.
"홍콩의 아이돌을 영접하는 시원한 성지"
홍콩에서 미키 마우스보다 인기 많은 아이들이 있다. 바로 더피와 친구들이다. 여행을 떠나는 미키를 위해 미니가 만들어준 곰인형 더피에서 이야기가 시작해 더피의 친구들이 꾸려졌다. 그간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올해(2026년)부터는 본토 미국에서도 더피 프렌즈가 데뷔했다 하니 이제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로 성장할지도 모르겠다. 메인 스트리트 초입에 있는 '플레이 하우스'는 이들의 인기를 증명하듯 더피 프렌즈만을 그리팅하는 별도의 실내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이 천국인 가장 큰 이유, "에어컨이 나온다." 변덕스러운 홍콩 날씨를 감안할 때, 폭염으로부터도, 폭우로부터도 나를 지켜주는 지붕과 습기를 물리쳐주는 에어컨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대기공간은 각 캐릭터들의 취미생활을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서 아이와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더피 프렌즈는 테디베어 더피, 더피의 여자친구 쉘리메이, 발레를 좋아하는 토끼 스텔라루, 탐정여우 리나벨, 꼬마화가 고양이 젤라토니, 요리사 강아지 쿠키엔, 서핑을 좋아하는 음악가 거북이 올루멜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아이돌급의 인기를 구가하는 리나벨은 매일 그리팅을 나오고, 나머지 여섯 명의 캐릭터가 둘씩 짝을 지어 날을 바꿔가며 그리팅을 한다.
더피의 플레이 하우스에 입장하면, 입구에서 스탭이 어느 캐릭터를 만나러 왔는지 물어보고, 그에 맞게 대기줄을 안내해 준다. 리나벨의 경우 도쿄나 상하이 디즈니에선 2,3시간을 족히 기다려야 간신히 만나고 짧은 시간만 그리팅을 할 수 있는 귀하신 몸이다. 리나벨을 만나보고 싶다면 필히 홍콩에서 만나자. 게다가 홍콩은 타국가에 비해 그리팅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다. 마음껏 대화하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된다!
Tip: 고양이 화가 '젤라토니'를 만난다면 꼬리를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보시라. 펄쩍 뛰며 거절할 것이다. 내가 그 질문했더니 젤라토니가 내 손을 잡아다 꼭 잡아놓고 그리팅이 끝날 때까지 놓지 않아 즐거운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 공주님들과의 수다"
판타지 랜드에 있는 이곳은 공주님들을 알현(?)하는 장소다. 그날그날 시간대에 따라 등장하는 공주님이 다른데, 스케줄을 공지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나올지는 랜덤이다. 우리는 운 좋게 전날 저녁 호텔에서 메리다를 봤는데, 다음날 아침 리셉션 홀에서 메리다 공주가 나왔다. 꼬마쥐가 어찌나 신나서 재잘재잘했는지 모른다. 메리다는 다른 공주님들과 달리 정말 씩씩해서 더 재밌는 그리팅 시간이었다. 옆에서 보던 내가 “혹시 공주님 돌기(twirl) 해줄 수 있어?”라고 물었는데 사실 나는 메리다가 “미안, 나는 춤은 안 춰서…”하고 거절할 줄 알았다. 말 타고 활 쏘는 캐릭터 터니까 빙그르르 돌기 같은 건 어쩐지 안 할 거라 짐작하고 물어본 건데, 의외로 “당연하지. 그건 공주의 의무니까, 나도 연습하고 있는데 잘 하진 못해.”하며 두 팔을 번쩍 들고는 세상 씩씩한 공주님 돌기를 보여줘서 정말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토이스토리 랜드의 경우, 배럴이라는 곳에서 그리팅이 진행된다. 예정된 시간 15분쯤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니 앱에 공지된 시간을 확인하고 미리 가서 대기하자. 앱에 공지되지 않은 때에도 캐릭터들이 돌아다니기도 하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보자. 초록색 장난감 병정들과 함께 경례 포즈로 사진을 찍는 건 국룰!
홍콩 디즈니랜드에서는 마블 관련 캐릭터들과 손쉽게 캐릭터 만남을 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아이언맨은 '아이언맨 테크 쇼케이스'라는 전용 공간에서 상시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최신 기술을 소개받는 콘셉트이라 몰입감이 엄청나다. 그 외에도 스파이더맨, 앤트맨과 와스프, 닥터 스트레인지, 가오갤 멤버 등 어벤저스 멤버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한 번은, 예약해 둔 공연시간 때문에 바삐 지나가는데 무대에서 초록얼굴의 가모라가 그리팅을 진행하고 있어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며 꼬마쥐와 너무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다. 또 만나길 바랐지만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만날 수 있길.
어드벤처 랜드: 야생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곳에선 <주토피아>의 닉과 주디 콤비, 그리고 자연의 수호자 포카혼타스를 만날 수 있다. 닉과 주디는 중화권에서 인기가 상당한지라, 만약 그리팅을 하고 싶다면 오픈런을 해야 한다.
판타지 가든: 판타지 랜드 안쪽에 있는 정원인데, 이곳이 은근히 알짜배기다. 팅커벨이라던지, 곰돌이 푸와 친구들(피글렛, 티거, 이요르), 미키 프렌즈를 만날 수 있다. 나는 꼬마쥐와 필하매직을 보고 나오는 길에 뒤쪽에서 "텁! 텁!" 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산타복장을 한 미키가 걸어오고 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다. 정말 기분 좋고 마법 같은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지나가는 청소부도, 쓰레기통도 친구가 된다"
파크 입구(타운 스퀘어)에서는 미키와 친구들이 클래식한 의상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 하지만 야외라 대기가 힘들다면 과감히 패스해도 좋다.
오히려 홍콩 디즈니의 매력은 예고 없이 나타나는 거리의 친구들이다. 어느 날은 투모로우 랜드에서 말하고 움직이는 쓰레기통 '푸시(Push)'를 만나 아이가 기겁을 했고, 겨울왕국 구역에서는 아렌델 복장의 청년이 씩씩하게 걸어 다니며 "Happy Snowy Summer Day!"라고 인사해 주었다. 26년 상반기부터는 말하고 움직이는 울라프도 월드 오브 프로즌에 함께 할 예정이라 한다. 나무 팔을 휘적거리며 도도도도 귀엽게 걸어다니는 울라프와 여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신난다. 디즈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런 마법같은 순간들이 홍콩 디즈니를 사랑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