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세상을 구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캡틴 아메리카처럼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절대 악을 물리치며 여러 차례 세상을 구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심심할 때는 선과 악이 분명한 역사적 사건들을 보며 정의로운 편에 나를 대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속 없는 상상은 재밌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찝찝한 느낌을 준다.
소시지, 맥주, 히틀러와 나치... 독일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는 웬만해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독일에 가면 나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유럽의 특성상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과연 나는? 영웅이었을까?
이 문제는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가 좀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과 통계에서 분명한 사실을 얻을 수 있다. 영웅의 수는 일반 시민의 수보다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 즉, 내가 영웅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와 관련해서 조던 피터슨 교수의 한 인터뷰 내용이 흥미로운데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배울 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끝없이 기억하며 이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 교훈은... 당신이 나치라는 겁니다.” 충격과 동시에 꼭꼭 숨긴 비밀을 들킨 기분이었다. 상상 속에서는 영웅이었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나에게 과연 영웅적인 면모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선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그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가차 없이 남을 비판하고 정죄한다. 특히 만인이 도덕 선생이 된 것 같은 양상은 인터넷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우리도 언제든지 악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순결무구하며 정의롭다 고집부리기보다, 내가 언제든지 악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산할 수 있다.
여행하다 보면,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들다가도 해답을 얻는 시원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 여행지를 떠올릴 때 랜드마크보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때 얻었던 해답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중세시대의 독일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있다는 뤼넨 부르크로 갔다.
당시 계절은 가을이었는데, 붉은 벽돌과 낙엽의 조합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 같달까?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특히 이곳에는 400년 된 맥주 양조장이 있는데, 이곳 흑맥주의 맛은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충분했다.
망루에서 바라본 뤼넨 부르크의 모습이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도시의 전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뤼넨 부르크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폭격을 받지 않아 예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함부르크에서의 기억은 먹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데, 소시지, 피자, 슈바인학센 등등 독일에서 맛있다고 하는 요리는 거의 다 먹어본 것 같다.
특히, 동료들은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실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맥주 전문점에 가면 주문할 수 있는 맥주의 종류가 50가지 정도 있었는데,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환상적인 여행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