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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Sep 27. 2021

운명을 믿으십니까?

From. Cambodia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길. 별안간 내가 타고 있던 뚝뚝이가 멈춰 섰다. 무엇인가 길을 가로막은 모양이었다. 뚝뚝이 기사는 그 무언가를 피하려고 핸들을 살짝 돌렸는데,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누워있는 한 남자였다.


다만, 남자의 검붉은 피가 황토색 땅을 적시고 있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는 점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무관심했다.


동행한 가이드가 말하길 캄보디아는 운명론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서 '저 사람은 오늘 오토바이에 치여 죽을 운명이었던 거야.'라며 방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타인의 운명에 관여할 경우 수많은 귀신이 달라붙을 것이라는 샤머니즘적인 생각도 한몫했다. 물론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값비싼 병원비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급한 사람을 길바닥에 방치하는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소 극단적인 일화였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 심지어 나 자신도 운명론적인 사고에 휘둘리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운명론'이라는 것을 쉽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어떻게 살든 얼마만큼 노력하던지 간에 내 인생은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이론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 '될놈될'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즉,  인생에 활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으며, 그 선택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데이터로써 분류하고 축적한다. 그 때문에 선택 이후 발생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결괏값을 책임져야 하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다. 


인생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다.  


이를 근본적인 사회 문제로도 들여다볼 수 있는데, 만약 개개인이 능동적인 주체가 아니라면, 집단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어렵게 집단이 결성된다 해도 사회는 즉시 붕괴하거나 전체주의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결국 당신의 인생은 당신의 선택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캄보디아에서는 일명 '뚝뚝이'를 타고 이동했다.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우리가 이용한 뚝뚝이는 오토바이에 마차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앙코르와트의 모습이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초 앙코르 왕조의 전성기를 이룬 수리아르만 2세가 바라문교 주신의 하나인 비슈누와 합일하기 위해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다. 후세에 불교도가 바라문교의 신상을 파괴하고 불상을 모셔 불교 사원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건축양식은 모든 면에서 바라문교 사원의 양식을 띄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많은 부분은 훼손되거나 유실되었는데, 그 이유는 1972년부터 베트남군, 크메르루지의 게릴라가 번갈아 장악하며, 격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벽화를 보면 유독 반들반들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는 관광객들이 많이 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앙코르와트의 포토존이다. 앙코르와트는 15세기에 완전히 몰락하고 1861년 프랑스 박물학자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정글에 묻혀있었는데, 그 때문에 석조 건축물과 나무가 서로 엉겨 붙어있다.  



톤레삽호수의 수상가옥 모습이다. 


이때 우리는 보트 한 척을 탔는데, 인상 깊었던 점은 6살 남짓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선착장에서 배를 빌어내기도 하고 이동 중에는 어른들의 어깨를 주무르며 용돈벌이를 했다. 


왠지... 우리와 참 많이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캄보디아에는 이 아이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아이들이 관광지에서 일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에게 용돈을 달라고 쫓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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