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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Nov 22. 2021

우연의 미학

From. 2021

누구나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장면과 마주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 속 한 줌으로 남겨지고 만다. 그 때문에 인간은 여러 가지 기록할 방법을 고안했다. 나는 그렇게 예술이 만들어졌고 문화가 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중 나는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즉, 내가 하는 일은 대단한 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행위다. 더욱이 나의 행동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의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사진기를 목에 매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패션이 아닌 언제 어디에서 마주할지 모를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연을 찍은 지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앨범을 확인해보니 약 7장의 사진이 모였다. 개인 카메라를 소장한 이후로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 어떤 사진보다 7장의 사진이 아름답게 보였다.


특히, 우연 속에서 발견한 사진들은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이나 고민을 투영했다. 이러한 경험은 평소 계획하며 촬영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마치 세상이 나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기분이다. 


오늘 소개할 사진들은 우연을 기반으로 찍었다. 예상컨대 사진을 통해 공유할 고민이나 생각은 이 시대를 함께 사는 당신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사진 설명 밑에 질문을 함께 나눌 테니 당신의 고민이나 해답을 떠올렸으면 한다.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제목 : 낯가림


모델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했는데, 식당 뒷문으로 노란 문 하나가 보였다. 어두운 골목에 커다란 문이 덩그러니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찍고 보니 '미셔요'라는 글씨가 조그맣게 적혀있었다.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 차갑고 무뚝뚝하다. 하지만 누군가 한번 두드려주면, 문을 활짝 열어주는 편이다. 이 사진을 찍은 날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굳게 잠겨있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셔요'라는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Q : 당신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가요?  




제목 : 모방


나는 사진작가 '요시고'를 좋아한다. 


그의 사진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따뜻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을 못 본 사람은 한번 검색해보길 바란다. 내가 하는 말의 이유를 알 것이다. 


한동안은 그의 촬영 방식을 따라 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결국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모방'은 그 결과물이다. SNS에 올리니 '요시고'가 좋아요도 눌렀으니 '나름 성공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얻고 보니 나의 색깔이 없었다. 그럼에도 덕분에 '나만의 색깔을 찾아야겠다.'는 결과를 도출했으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Q : 당신의 멘토는 누구인가요?    




제목 : 인도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이었다. 맑은 가을 느낌의 남산타워를 원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아쉬운 대로 흐린 모습이라도 담고자 녹사평역 근처 육교로 올라갔다. 


육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서서히 남산타워가 있는 위치만 햇빛으로 물들여졌다.

마치 온 세상이 '지금!, 지금!, 지금!'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한 육교 위의 사람들은 넋 놓고 바라만 볼뿐이었다.


Q :  당신은 영화 같은 장면과 마주한 기억이 있나요?




제목 : 감정 낭비


사람을 만나다 보면, 사랑을 하다 보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투자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낭비라는 단어로 다가오는 순간.


잠시라도 오직 나를 위해 불을 켜 두는 건 어떨까?


Q : 당신에게 인간관계란?  




제목 : 목표


나의 목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순간. 애석하게도 여태 창문 안쪽의 세상에만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창문을 빠져나간 건 나의 시선일 뿐이다.


그럼에도 창문 밖을 보는 이유는 그곳에 내 꿈이 있기 때문이다.


Q : 당신은 무얼 위해 살고 있나요?




제목 : 희망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빛. 누군가에게는 야속한 조물주의 장난.


그 둘의 차이점은 희망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Q : 당신은 준비하고 있나요?




제목 : 미련


이미 끝난 일이란 걸... 끝난 관계라는 걸 내심 알고 있다. 멍하니 바라만 볼뿐 잡을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미련'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미련'이라는 말은 더 이상 미련하게 굴지 말라고 경고하는 단어가 아닐까?


Q : 당신은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나요?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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