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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언 Nov 16. 2021

우린 모두 '히어로'다.

From. 2021

이른 아침 창문 틈 사이로 아파트를 보고 있으면, 로봇이 떠오른다.

무슨 용도인지 모를 꼭대기 공간과 각진 모양은 90년대 유행했던 합체 로봇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합체 로봇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합체 로봇 이야기 구성을 보면, 극 초반에는 여러 히어로들이 따로 움직이며 각개전투를 벌인다. 힘겨운 전투가 끝날 즈음 악당 두목이 등장하는데, 히어로들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합체 로봇으로 달려간다. 반짝 빛나는 변신 장면은 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하루는 어떠한가? 해가 뜨면 다들 분주하게 일터로 달려간다. 특히 우리 동네는 서울로 출근하는 유동 인구가 많기에 직관적으로 분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분주한 아침이 가고 우린 각자의 일터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정신없는 그 순간 아무도 없는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까? 언제든 호출하면 달려갈 듯이 고요하고 우직하게 우리를 기다린다.


치열한 오후 일정을 물리친 5시~6시. 따뜻한 노을이 온 세상을 물들이는 순간. 비로소 사랑하는 품으로 돌아간다. 짧지만 찬란하게 빛났던 노을 대신 우리의 터전은 각양각색의 빛으로 서롤 감싼다.


이번 사진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촬영했다.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기를 바라며...



오전

내 방 창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이다. 마치 각진 로봇이 연상되지 않는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에 후레쉬맨이나 다그온을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파트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존재한다. 특히 아침해가 완전히 뜨기 전의 아파트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색감을 갖고 있다. 나는 이 사진을 찍고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는데, 평소 삭막하다고 생각했던 아파트를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세상을 여러 각도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잠시 고개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오후

점심시간 아파트 단지는 전반적으로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돌아올 누군가를 담담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안식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안식처지만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 혹은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파트...


당신에게 주거란?




누군가에게는 높은 담장 너머가 아닐지...

부디 너무 높지 않길 바란다. 나도 당신에게도...



저녁

로봇이 변신하는 그 순간. 나에게는 사랑하는 품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순간.

퇴. 근. 시. 간.




하루 중 발걸음이 가장 가벼워지는 순간.




우리가 흔히들 '한밤 중'이라 부르는 시간은 각자의 취향으로 내일을 위해 회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하루 끝도 회복 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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