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ovember
내 나이 24살.
여느 대한민국의 대학생처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도 이력서 한 줄 채우기 위해 달리고 달린다. 설사 넘어지더라도 아프지 않은 척 일어나 다시 달린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오는 번 아웃은 나에게 슬럼프를 가져다주었다.
슬럼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눈동자는 굴리고 있지만, 더 이상 창의적이랄 게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천재가 아니었구나.' 하는 좌절감이 머리를 휘감았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순간에도 일은 진행되었고 손가락은 글을 쓰고 눈은 카메라를 향하고 있었다. 단지 모든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할 뿐이다. 그때 부모님의 가족여행 제안은 무료한 일상에 한숨 돌리게 했다.
그렇게 생애 첫 '호캉스'를 갔다. 평소 여행 스타일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던 터라 '호캉스'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리고 '호캉스' 1일 차. 사람들이 왜 호텔로 놀러 오는지 깨달았다. 복잡할 것 없이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온몸을 맡기니 정신이 맑아졌다. 신기하게도 내 뇌는 '고민'이 아닌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고 햇살이 커튼을 투과해 내 얼굴로 내려왔다. 나는 이끌리듯 카메라를 집어 들었고 발코니 너머 펼쳐진 수평선을 담았다. 내 눈은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다시 찾고 있었다.
이번 사진은 '여유'의 한가운데서 찍었다. 지금 여유를 그리워하는 당신에게 바친다.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평소 '여행을 갈까?' 생각은 많이 하지만 희한하게도 '가족여행을 갈까?'생각하기는 어렵다.
자주는 못 가더라도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세월을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Q : 가장 최근에 다녀온 가족여행이 언제인가요?
인생은 '고해'라는 말이 떠올라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유독 잔잔한 파도가 눈에 들어왔는데, '어쩌면 지금의 고통은 버틸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Q : 당신은 지금 버틸만한가요?
해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매일 아침마다 보던 풍경이다. 그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야속하기만 했다. 고생의 끝을 알려줄 육지는 나와 밀당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항해'가 그리워졌다.
Q : 당신은 모험을 즐기는 편인가요?
긴말 필요 없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의 호캉스는 '힐링' 그 자체다.
Q :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호캉스'는 어디인가요?
널브러진 이불, 구겨진 베개는 다음 사람을 위해 다시 반듯하게 변신하겠지...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펴질 날을 기다리며, 구겨질 준비를 하는 시간... 체. 크. 아. 웃.
Q : 당신의 다음 휴가 계획은 언제인가요?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