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언 Dec 13. 2021

동심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From. December

약 10년 만에 놀이공원 입구를 밟았다.

10년 전에는 나름 꿈과 희망의 장소였는데, 이번에 보니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로 보이는 부류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눈은 웃고 있지만, 행여 손을 놓치진 않을까? 시야에서 사라지지는 않을까?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의 시선은 경이로웠다. 나의 부모님도 저와 같았을 거로 생각하니 미소가 새어 나왔다.


두 번째로 보이는 부류는 커플이었다. 대략 놀이공원의 30% 이상 차지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커플인 상태로 놀이공원에 온 경험이 없다. 그러나 솔로의 시선으로 관찰해보니 놀이공원 데이트는 장점이 많다.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강력한 중력의 법칙으로 인해 내 짝꿍이 추노꾼으로 변모해도 세상 이쁘게 보인다.' 즉, 콩깍지가 옅어질 때 놀이공원 데이트를 추천한다. (나도 언젠간...)


세 번째로 보이는 부류는 친구끼리 오는 부류이다. 이 부류는 위에 소개한 부류와는 결이 다르다. 참고로 휴가증을 제시하여 부대 단위로 놀러 오는 군인도 이에 포함된다. 이 부류는 희한하게도 놀이공원이 제공하는 꿈과 희망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스릴', '극복'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때문에 놀이공원의 모든 시스템을 사전에 파악하여 '매직 패스'를 신속하게 점거한다. 간혹 가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전투적으로 입장하는 그들에게 선망의 눈빛을 보내는 커플이 있다. 그러나 당신은 보지 못했는가? 그들의 눈물샘에서 흐르는 한 방울의 짠 기도는 액체를...


약간의 농담이 섞였지만, 이제 나는 놀이공원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놀이공원에 입장하기 전만 해도 동심을 느껴보고자 했는데, 어느 순간 놀이기구가 작동하는 원리를 찾고 있었다. 춤을 추는 캐릭터를 보고 '저 아르바이트는 시급이 얼마일까?'를 생각했으니 동심의 '동'자도 찾지 못한 셈이다. 애석하지만 알만 한 건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며...


이번 사진은 '동심'을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찍었다.


오늘도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제목 : 빛바랜 동심


회전목마를 탔던 추억은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진짜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나의 동심은 사라졌다.


Q: 당신은 '동심'이 남아있나요?


  



제목 : 호랑이 팔자가 상팔자


어릴 때는 무서운 호랑이 아저씨. 


10대 때는 치악력 400kg의 고양잇과 포유류 맹수였는데... 


20대가 되니 '그래도 너는 집이 있구나...'   


Q: 당신이 좋아하는 동물은?




제목: 대기시간


인기 많은 놀이기구를 타려면 '매직패스'를 끊지 않는 이상 3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 


내 옆사람과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강제로' 할 수 있는 시간.


대. 기. 시. 간


Q: 당신이 가장 오래 기다린 시간은?




제목: 가까이서 보니 비극 멀리서 보니 희극


Q: 당신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놀이기구는 무엇인가요?




제목: 피터팬


영화 '피터팬'의 초반 커다란 시계 앞에서 팅커벨의 도움을 받아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 


영화를 본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피터팬'은 어린아이겠지? 


Q: 당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만화영화'는?




제목: 폐점

 

곰돌이 - '내일은 누구에게 꿈과 희망으로 포장한 사탕을 팔까?' 


Q: 당신에게 '동심'이란?




제목: 마법의 성


"공주님!! 구하러 갈게요!!!"


"퇴근했으니까 내일 오세요!!!"


Q: 당신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제목: 집으로...


꿈과 희망의 값으로 3만 원은 저렴한 편이 아닐까? 


Q: 마지막으로 놀이공원에 간 기억은 언제인가요?



당신의 작은 창문이 되길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