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혼여행 - 멘탈 고도화편
디자이너로서 창조하는 것에 대한 책임과 평가로 반복되는 일상. 광범위한 역할을 다루는 직군이기에 다양한 능력과 경험이 요구되고, 매 순간이 배움과 도전이다. 성장과정이라는 의지로 버텨왔지만, 재정비 없이 달려온 탓인지 상황을 핑계로 날카로워진 내 모습이 꽤나 별로였다. 중심이 되어야 하는 와중에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욕심의 속도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책이 심적으로 지쳐 보였다. '말로만 듣던 번아웃?' 그렇게 충동으로 끊은 5박6일 도쿄행 도피 티켓팅.
"며칠 동안 어디로 가? 계획 세웠어? 뭐 할거야? 뭐 먹을거야? 뭐 살거야? 어쩌려고!" 휴가 노티드는 했지만, 서치는 물론 기본적인 숙소, 환전, 유심, 팩킹 낫 레디. 온전한 쉼도 부족할뿐더러, 개인 시간만큼은 계획하고 지키는 긴장과 거리 두고 싶은, 준비 과정의 설렘마저 숙제 같았다. 미루고 미루어 출발 당일 새벽에야 졸린 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아무 대책 없음에 다가오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빠이 싣고 출국. '에라 모르겠고! 가서 생각하자! 여행에 정답은 없고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기절과 동시에 도착한 이웃나라. 간만에 뱉는 생존어와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눈빛의 짬뽕으로 어찌저찌 숙소 체크인 완료. 무작정 카메라와 휴대폰만 지닌 채 목적지 없는 걸음으로 시작을 끊었다. '침착해,, 나에겐 파파고와 구글맵이 있어,,' 걷다 보니 불안함은 금세 익숙함으로 변해갔고, 매 순간이 감동이어서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언제 다시 꺼내볼지 모를 메모장이지만, 잊고 싶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을 끄적여보기도 했다. 풀 스토리를 쓰면 길어질 것 같으니,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사진 스무줄로 요약한 나의 시선들.(어쩔 수 없는 디자이너 시점)
지난날 경험했던 오사카 교토와는 다른 결. 멈춘 듯하면서도 독보적인 트렌드를 끌어가는 전통 현대적인 도쿄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다른 세상이었다. 낯선 곳임에도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주었고, SNS를 들여다볼 겨를 없는 좋은 바쁨을 선사했다. 담담함에서 풍기는 고유는 하나의 문화로 단단히 자리 잡은듯하다. 단기간 흠뻑 여행할 수 없는 이방인에게 아쉬움은 그리움을 남긴다. 단순 휴식으로 떠나 의식의 흐름대로 다닌 뒤죽박죽 루트였지만, 새로운 자극은 기대 이상의 영감을 주었고, 계획대로만 움직였다면 지나칠 기회를 얻었다.
중요하다.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물론 소중한 순간이지만, 때로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낯선 곳에서의 혼자는 기억이 배가 되고, 그만큼 내 안의 소리는 비례한다. 이러한 시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거나 두려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고 외로움이라는 역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위안을 누군가도 적절한 시기에 한 번쯤 느껴보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네니요? 해결을 바라고 떠난 여행도 아닐뿐더러, 현실 복귀 두달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지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시련은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온다. 다만,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방법으로 보다 빠르게 극복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건 내 몫이기에. 당시 느낀 깨달음을 온전히 유지할 순 없겠지만, 기억의 조각으로 달리는 중이다.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의 기준 어딘가에서 또다시 당근이 필요한 그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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