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요망! 급증하는 전세금 미반환 사고
전세는 매달 일정 비용이 나가는 월세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적어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임대차 계약이다. 하지만 전세금 미반환 사고로 목돈을 한 번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는 2030 청년 세대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경태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2030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금액(HUG)은 221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대 이상 사고금액(1302억원)보다 약 2배 많은 수치다. 2030이 사상 처음으로 40대 이상을 앞질렀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관련 지식 및 경험이 부족한 2030은 부동산 사기의 사각지대에 있어 중·장년층보다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잠깐의 Tip.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이란?
HUG,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는 보증보험으로 임대인이 전세 만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이 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임대인에게 청구하는 상품이다.
일명 ‘나쁜 임대인’이 판을 치고 있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사기다.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전세 사기 유형을 다방이 알아봤다.
1) 깡통전세
깡통 전세는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전세금이 더 높은 주택을 말한다.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크지 않은 신축 빌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임대인이 여윳돈이 없으면 집값이 내려가는 순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에 차질이 생긴다. 다음 임차인이 나타날 때까지 전세금 반환이 지연되는 것은 기본.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2030이 전셋집으로 많이 찾는 다세대·연립의 경우 경매에서 유찰되는 사례도 잦기 때문에 전세금 보전이 더 어렵다.
요즘은 신축 다가구의 2030 세입자를 노린 계획적인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신축 건물은 준공 전까지 등기부등본을 떼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담보 대출 규모 및 선순위 보증금을 터무니없이 낮춰 안내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세금에는 영향이 없다는 식으로 계약을 유도해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막상 문제가 터진 후 실상을 살펴보면 선순위 보증금이 건물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할 수 있는 주택의 경우 근저당 등을 통해 위험도를 어느 정도 미리 파악할 수 있지만, 아직 준공 전 단계인 신축 건물은 주변 시세를 참고하는 정도밖에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전·월세 이중계약
전·월세 이중계약 사기는 임대인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대리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분명 임차인과 대리인은 전세 계약을 진행했는데,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이라 알리고 전세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수법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될 때 사기 사실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고 대리인은 이미 도주해 보상이 지연되거나 어렵다.
대리인은 관련 서류를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권한을 위임받은 제삼자와의 계약일지라도 임대인과 연락해서 거래 유형 및 거래 금액 등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세보증금은 대리인이 아닌 임대인 명의 계좌로 입금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3) 신탁 부동산 물건 거래
신탁 부동산은 임대인이 수익이나 관리를 위해 신탁사에 맡긴 부동산 물건을 말한다. 이때부터 임대인은 위탁자가 돼 신탁회사 동의 없이는 임대차거래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럼에도 위탁자 신분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럴 경우 임차인은 법적 소유자인 신탁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불법 점유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불법 점유자가 된 임차인은 집을 비워야 하고 최악의 경우 전세금 전부를 떼일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금처럼 전세물건이 귀할 때 임차인들의 조급한 상황을 악용해서 벌이는 사기행각이다.
신탁 부동산의 권리는 등기부등본에서 직접 확인이 불가능하고 신탁등기 옆에 기재된 신탁원부 번호를 확인한 후 추가 발급받아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신탁원부는 발급이 번거롭고 권리관계 파악이 까다로워 사실상 부동산 초보자가 대응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신탁물건은 계약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입을 모으곤 한다. 설령 정상적인 절차로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은 후 임대차계약을 진행하더라도 신탁물건은 신탁회사에 대출을 실행해준 금융기관이 우선수익자이기에 순위에서 밀리는 임차인의 보증금은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사를 하고 세세하게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마음먹고 사기 행각을 벌이면 임차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지만 전세 사기가 완전히 근절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