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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Aug 01. 2019

처음 방 보러 왔습니다

처음 방 보러 가는 사람들을 위한 매물 체크 리스트



대학교 기숙사를 나와 처음으로 알아본 방, 그때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화하거나, 들어가는 것도 참 무섭고 낯설었다. 사무소에 가서 가지고 있는 돈과 원하는 옵션을 말씀드렸더니, 차에 태우고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 방을 안내해 주셨다. 


그렇게 나는 그날 처음으로 방을 보러 갔다. 


“똑똑똑” 

(그 집은 초인종이 고장 난 집이 었다) 


Photo by milind-kaduskar on Unsplash



세 가구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 투룸, 

아기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밖에 있다가 안에 들어와서 그런지, 

겨울이었는데도 방이 참 따뜻했다. 

세입자 인상도 좋았다. 

채광도 좋고…… 


1980년대 지어진 낡은 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세 가족이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좋 보였다. 

마치 내가 그 집에 살면 그 따뜻함이 나한테도 베어들 것 같은. 

녹물이 나오는지, 방은 따뜻한지, 채광은 좋은지,

그리고 그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의 삶을 잠시 엿보는 것으로 나의 첫 방 보기는 끝났다. 


그렇게 따뜻한 첫인상이 좋아서였을까.

처음 본 그 집이 바로 계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아뿔싸, 막상 살아보니 이것저것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정말 많았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집은 쓰러져가는 고물 자동차 마냥 이것저것 손볼 데가 많았다. 

어느 날은 보일러가 안돼서 추위에 덜덜 떨어야 했는데, 

알고 보니 보일러에 물을 채워 넣으면 되는거였다(아;;;) 

어느 날은 집이 너무 오래돼 하수도관을 교체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고, 

화장실 변기에 물 내리는 고리는 자꾸 빠지기 일쑤였다. 

따뜻해 보였던 그 집은 알고 보니 벽이 얇아 겨울에 엄청난 외풍이 부는 집이었고, 

채광만 좋았지 사실 창문을 열고나면 뷰가 좋지 않고, 옆집이 너무 가깝게 보여, 매우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베란다 확장형이었는데 베란다에 보일러가 있고, 그 바로 앞에 가스레인지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구조였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 터를 잡으면 옮기기 쉽지 않은 법, 

맘에 들지 않은 그 집에서 결혼 전까지 5년을 살았다. 

이사할 것을 생각하자니 몸이 무거워 자꾸 미루다 보니, 

결국 2번 계약 연장해 5년을 살게 된 것이다. 

(심지어 계약 연장을 할 때 집주인은 월세를 1.5배나 올렸었다.) 


그때 이후로 방을 볼 때 상당히 꼼꼼히 봐야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차피 짧게 살 건데 하는 마음으로 방을 대충 보면 안 된다. 

당신이 그 집에서 한 달을 살지, 1년을 살지, 아니면 나처럼 5년을 살게 될지 누가 알겠나. 




방을 볼 때는 구매자 – 중간자 – 판매자 이렇게 세 명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 

구매자는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 

중간자는 부동산 중개인 또는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임차인, 

판매자는 집주인, 또는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임차인이 중간자이거나, 판매자 일 수 있다. 

왜? 집이 빨리 빠지고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야 자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분이 중개인이나, 집주인보다 집 홍보에 더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 (정말로!)



사실 이 셋도 애매한 관계이다 보니, (신축이 아닌,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을 보러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불편한 일이다. 누군가는 원치 않게 자신의 집을 공개함으로 삶을 들키게 되고, 

또 누군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게 정말 상품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집을 봐야 한다. 



스테이션3 다방에서는 2017년 신림동에 다방케어센터를 열고, 방을 처음 구해보는 사람들을 위한 방 구하기 컨설팅<시작이 방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번 글에서는 당시 <시작이 방이다> 컨설팅에서 소개됐던 매물 체크리스트를 소개함으로,

짧은 시간 안에 꼼꼼하게 방을 보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다방 매물 체크 리스트



방을 볼 때는 해당 매물 자체만 볼 게 아니라, 공용공간 및 주변 편의시설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1. 매물 내 외부 


세탁기, 가스레인지 설치 위치는 어디인가요?

 주 출입구에 방범시설이 있나요? (특히 저층일 경우에는 방범창 필수) 

 햇빛은 잘 들어오나요?

 집에 물이 샌 흔적은 없나요? 

(지하일 경우 천장, 벽, 장판 아래 등을 꼼꼼히 살펴 보세요) 

 곰팡이가 핀 곳은 없나요?

 결로는 없나요? 

(주로 천장의 벽지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경우가 있고, 결로가 있는 집은 창호의 접합 실리콘 부분에도 검은색으로 곰팡이가 있습니다.)

창문은 잘 열리나요? 

(환기가 잘 되는지 살펴보세요)

 악취가 나지는 않나요? (하수구 냄새) 

 전등, 콘센트 등 파손된 곳이 없나요? 

 화장실, 싱크대 등 수도는 잘 나오나요? 수압은 어떤가요? 

 가구나, 사용할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적당한가요?

 방충망이나 방범망이 있나요?

 외풍이 심하지 않은가요?

(이건 벽을 두들겨보거나, 건물을 밖에서 봤을 때 벽이 두터운지, (겨울일 경우) 안쪽 유리창이나 바깥 쪽 벽에 손을 대면 알 수 있습니다.) 

 전기와 수도계량기는 별도로 사용하나요?

 보일러에 이상은 없나요? 

(보일러는 연식은 어떻게 됐고, 어느 브랜드 인가요?) 

벽을 두드려 봤을 때, 합판 소리가 나나요?

(불법증축이나 개조된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벽에 금이 가거나 갈라진 틈은 없나요?

 이웃집의 소리가 들리지는 않나요?

 천장에 물 새는 곳은 없나요? 

(천장에 물이 새면 벽지가 젖어있거나 곰팡이가 나 있습니다. 목조 천장의 경우 어두운색으로 변색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 

 각 공간별로 꼼꼼히 살펴보기 (방, 거실, 화장실, 베란다, 보일러실, 창고) 

 창문을 열었을 때 다른 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지는 않나요?


2. 건물 내 공용 공간 

 복도는 깨끗한가요?

 관리실이나 CCTV가 있나요?

 엘리베이터가 있나요?

 공용 시설의 상태를 확인하셨나요?

(부엌, 정수기, 세탁기 등) 

 쓰레기 배출 장소를 확인하셨나요?

 택배 보관함을 확인하셨나요? 


3. 주변 시설 

주변 소음 공해, 빛 공해가 심하지 않나요?

주변에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가깝나요?

지하철, 버스 등 주변 교통시설은 편리한가요?

주변에 병원, 공공기관 등의 위치가 가깝나요?

집에 가는 길이 너무 어둡거나 외지 지는 않았나요?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해당 집에 저녁에도 가보길 바란다. 길이 너무 어둡진 않은지, 빛 공해가 심하진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Photo by r on Unsplash


리스트에는 없지만, 여자분일 경우에는 이웃집에 어떤 분이 사시는지도 꼭 확인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공동주택의 경우 각 호수의 집주인이 달라 세입자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중개인에게 물어보면 대략 알 수 있다. 혹시 해당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를 만났다면, 이웃집의 소음은 어떤지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  출력하셔서 매물 체크 리스트를 편하게 사용하세요.






방과 사람은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방, 사람 모두 그 자체로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그 방을 볼 때,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다. 

시간이 없거나, 방을 처음 구해 본 대학생들은 마치 예전의 나처럼 

자칫 그 첫인상에 홀려 방을 덜컥 계약할 수 있는데 

적어도 해당 지역에서 2-3개의 방을 보고 비교하라고 말하고 싶다. 



Photo by huy phan on Unspladh


그리고 100% 내가 원하는 이성이 없듯, 방 역시도 100%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부합하는 방은 없다. (내가 집을 짓지 않는 한) 역세권, 편의시설, 가격, 준공연도 등 방을 선택하는 여러 기준 중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를 정해보길 바란다. 어떤 이들은 교통을 포기하고 넓은 방을 택하거나, 어떤 이들은 조금은 오래된 집이어도 교통을 우선에 두고 집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집에 대한 자기 기준을 먼저 정한 뒤, 

꼼꼼하게 매물을 체크해서 방을 구하면, 

적어도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는 조금은 더 나은 곳에, 더 만족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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