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으로 전환, 무기한 분양 연기 등 고민 많은 건설사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도입이 발표되고 서울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재건축 재개발 시장은 매물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어떤 건설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도입되기 전에 분양을 서두르는가 하면, 일부 건설사에서는 아파트가 완전히 지어진 다음에 분양하는 후분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다음주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한 세부안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TV나 신문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혹자가 만난 건설부동산부 출입 기자 중에는 실제 자신은 결혼을 앞둔
무주택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환영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과연 많은 실수요자들의 기대처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택가격이 정말 싸지긴 하는 걸까?
우리나라에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가 도입 된 후, 정부에서는 공급 등을 조절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라는 제도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건 아니고, 그 이전에도 시행돼 왔던 제도다.
- 분양가상한제는 1977년 ‘분양상한가’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당시 중동에서 벌어온 오일머니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정부에서는 일정수준 이상으로 분양가가 넘지 않도록 통제했다.
- 1989년부터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로 통제 방식을 바꿨다.
-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건설경기가 침체, 정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고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민간에게 맡겼다.
- 2000년대 초반 주택경기 회복과 함께 분양가가 급등, 특히 판교신도시와 은평뉴타운 등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일자, 2005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공공택지에 우선 시행하게 된다.-> 2007년 1.11 부동산 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9월 본격 시행했다.
- 2009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미분양사태가 속출하자 2009년 분양가상한제 전면폐지를 주장했으나, 수요자들의 반발로 분양가상한제는 유지했다.
-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민간택지의 경우 특정 요건에 맞는 지역에만 적용하도록 기준을 낮춰 사실상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유명무실 한 상태가 됐다.
이미 정부는 2005년부터 공공택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유명무실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효성 있게 확대 적용하겠다고 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이 ‘분양가’이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제 7조를 살펴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분양가격은,
간단히 말해 아파트 부지인 택지비와 아파트를 짓는데 필요한 건축비를 합산하겠다는 말이다.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 기본형건축비: 정부가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개하는 '표준건축비'로 택지비와 가산비용을 제외한 건축공사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뜻한다. 기본형건축비는 매년 2차례 물가변동률을 감안한 공사비 지수를 적용해 정부가 고시하며, 정부는 기본형 건축비라는 명목으로 건축비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 건축비 가산비용: 토지 매입 이자나 연약지반 공사비, 주택 성능 개선, 친환경 시공 등 명목으로 붙는 추가 공사비
- 택지비: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 한 택지비 (쉽게 말해 땅값) 지방의 경우 택지비는 분양가의 30~40%, 서울, 수도권의 경우 50 ~ 70%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서울은 땅 값이 비싸다)
얼마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7년 6월 이후 분양한 서울 강남 8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후 3.3m2 당 분양가가 4700만원->2160만원으로 최근 분양가 대비 2.1배 높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아래 표를 본다면 더더욱 말을 잇지 못하게 된다. 강남권 8개 단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비교를 보면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우 평당 분양가는 4530만원, 상한제 적용 가격은 1950만원이다. 약 2.3배 차이가 난다.
비 강남권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경우 청량리역 롯데캐슬의 경우 평당 분양가는 3020만원 이지만, 상한제를 적용하게 된다면 930만원 1천만원도 채 되지 않는 수준, 3.3배가 차이가 난다. 말 그대로 반값아파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경실련의 자료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일단, 분양가 산정 시 택지비를 공시지가로 적용했는데, 집값상승률, 인근 거래사례가 반영된 감정평가액으로 해야 된다는 것과 건축비의 경우도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의 건축비와 공공주택에 적용하는 건축비를 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더라도) 정부는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보증심사를 통해 선분양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었다.
HUG는 국내 유일의 주택 보증 전담을 맡고 있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데, 주택에 대한 분양보증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즉, 사업주체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해당 주택의 분양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게 되는, 일종의 수분양자를 위한 금융안전장치인 셈이다. HUG는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 해당 지자체에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있어 분양가가 적절히 책정됐는지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한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금융권의 대출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건설사 입장에서는 HUG의 권고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사실 HUG 분양가 심사를 피하기 위해서 분양일정을 하반기로 미룬 건설사도 많았는데, HUG 분양가 심사가 아닌 분양가상한제를 만나게 됐으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내 분양하기로 돼 있던 둔촌주공1단지도 연내 분양이 불투명 하다고 하고, 이달 말 분양 예정이던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분양시기도 8월말 이후로 연기됐다.
해당 단지는 2017년에 선분양을 하며 HUG에 평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분양 보증이 거부돼 후분양을 택했다. 이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적용하겠다는 김현미 장관의 발표와 함께 지난 30일 평당 3998만원으로 후분양을 마치고, 8일 당첨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언론에서는 천장을 뚫는 분양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506가구 모집에 3034명이 청약해 평균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첫 후분양 단지 치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업계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사업 등에 공공택지와 동일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새 아파트 분양가가 20~30%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한다.
건설업계는 분양가가 낮아지면 건설자재나 설계의 질이 떨어져 품질이 떨어지는 ‘반값아파트’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또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저품질의 아파트를 시공할 가능성도 낮아 아파트 분양 말고 토목 등 다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첫 단지가 과연 나오긴 하는 걸까.
모두 그곳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