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을 주는 아이템들, 그리고 나에겐 불필요했던 소비까지
최근에 친구가 독립을 했다.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된 친구는 방을 계약하기도 전에 무슨 물건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나 역시 첫 자취방을 구했을 때 똑같은 고민을 했었다. 살면서 하나 둘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게 될 텐데도 설레는 맘에 열심히 인터넷 서치를 한 기억이 있다.
그렇게 고민해서 샀는데 예상보다 잘 안 쓰게 되는 제품이 꽤 된다. 반면 짐 같이 느껴져서 안 사다가 고민 끝에 집에 들였는데 최애템이 된 것들도 있다. 약 7~8년 간 혼족이었던 내가 실제로 사용해보고 친구에게 얘기해준 후기들을 모아봤다. 참고로 나는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많~이 멀기 때문에 획기적인 아이템보다는 찐 일상에서 고른 소소템을 소개하려고 한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내가 요즘 가장 아끼는 게 있다. 바로 몇 년 전 스마트 홈을 표방하며 등장한 인공지능(AI) 스피커다. 최근 이사하면서 IPTV를 설치했는데 통신사에서 증정용으로 줬다. 스마트한 라이프와 담을 쌓고 살고 있어서 저걸 설치해줄 때만 해도 ‘안 쓸 것 같은데… 어쩌지?’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 친구가 들어오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 정확히 한달 뒤… 이 인공지능 스피커로 날씨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연동해 노래도 듣고 있다. 꽤 똑똑한 게 “재미있는 얘기 해줘”라고 했더니 “컬투쇼 레전드 사연 들려드릴까요?”라고 답했다. 내 삶이 덜 심심해졌다.(약간 애잔한 것 같기도…)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기
‘왜 진작 사지 않았지?’라며 후회한 아이템이 있었으니... 그건 전자레인지다! 요리엔 재주가 전혀 없고 거의 밥을 사먹는 편이라 자취 3년간 전자레인지 없이 살았다.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 뒤 서울로 이사할 때 부모님께서 선물로 전자레인지를 사주셔서 쓰게 됐다. 그 동안 냉동식품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 그대로 없어서 못 먹었었나 보다. 냉동만두 사서 먹기도 하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집에서 먹을 수도 있어서 좋았다. 지난 3년간 뭘 먹고 살았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요즘은 집집마다 하나씩 있다는 에어 프라이어기도 올해 장만했다. 원래는 고구마나 구워 먹겠구나 싶었는데 집에 있으니 냉동식품, 닭날개 등 요긴하게 쓰게 된다. 요즘은 감자에 빠져서 알감자 구이를 많이 한다.(거기에 소금이랑 설탕 솔솔 뿌리면 휴게소 알감자 생각이 난다.)
제습기
첫 자취를 시작했을 때 1층에 살았는데 방바닥으로 올라오는 습기가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다. 습한 공기 때문에 빨래를 널으니까 쿰쿰한 냄새가 났고 방 전체에도 그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 당시 큰 맘 먹고 구비한 제습기. 구입할 때가 2014년으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큰 돈이었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제습기를 틀고 나중에 물통을 열어보면 찰랑찰랑하게 차오른 물을 볼 수 있다. '이게 정말 방 안에 있던 게 맞아?'싶을 정도. 부피도 크고(최신형이 아니라서...) 전기세도 더 나오지만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습한 집에서 벗어난 지금도 장마철이나 빨래가 안 마르는 날에는 작동시킨다. 5년 넘게 쓰다니. 비싼 것도 아닌 듯.
싱크대 하수구망
이번 아이템은 너무 중요해서 별표 ★★★★★ 다섯개!!(친구도 가장 마음에 들어한 제품이다.)
방을 구할 때 분리형 원룸이면 좋겠지만 공간 활용성이 높은 오픈형 원룸이 대부분이다. 침실이자 공부방이요, 옷방이자 부엌이기도 한 원룸. 구조상 주방 관리에 소홀하면 방 전체에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다. 특히 싱크대 하수구! 치운다고 치워도 음식물이 남아있기 쉽다.
그러다가 알게 된 하수구망은 구원자나 다름 없었다. 싱크대 하수구를 쏙 감싸주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바로 넣어도 되기 때문에 잔여 찌꺼기 문제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래서 입주청소 이후에 하수구망을 늘 설치해서 청결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매번 주방 청소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OTT 서비스
요즘 친구들과 대화하면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넷플릭*와 왓*에서 주로 보는 콘텐츠 이야기다.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라고 하는데 매달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언제든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볼 수 있어서 방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더욱이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그 전에는 본방사수가 어려워서 드라마도 안 봤지만 결제를 시작한 이후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는 것도 큰 낙이 됐다.
하지만 추천해준 친구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긴 영상물을 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 친구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안 보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소비일 수 있다. 또 각 서비스마다 콘텐츠가 한정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직접 써보니 유용하게 잘 쓰고 있고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반대로 아쉬웠던 아이템들도 적지 않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실패한 아이템이 더 많은 것 같다.)
쇼파 베드
보통의 1인 가구가 그렇듯 나도 방 구할 때 ‘풀옵션’인 곳을 찾는다. 2년에 한번씩은 이사해야 하는데 책상, 옷장 등 살림을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가끔 풀옵션에 침대가 빠진 방이 있다. 당시 전용 6평짜리 원룸에 들어갔는데 가뜩이나 좁은 방에 침대를 두면 활동할 공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게 쇼파 베드다. 처음 발견하고서 ‘침대도 되고 쇼파도 되다니! 이건 혁명이야’라며 구매.
너무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기 때문일까? 일단 침대로 쓸 때는 펼쳐야 하고 쇼파로 쓰려면 등받이를 접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귀찮았다. 가장 큰 문제는 쿠션감이 잠을 방해하는 수준이라는 것! 평평하지 않아서 몸을 뉘였을 때 압력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서 쪽잠을 자는 기분이었다. 사회초년생에게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인데 잠조차도 편하지 못하다니! 결국 몇 년 뒤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아무리 좁아도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공부는 책상에서, 밥은 식탁에서, 잠은 침대에서 자는 게 집중력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느꼈다. 실제로 모든 생활을 침대에서 하면 불면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침대=수면' 이 공식이 깨진다는 것.
그럼에도 쇼파베드를 구매 의사가 있다면 반드시 직접 누워보고 고르시길 추천한다. 수면의 질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쿠션감을 꼭 따져야 한다.
난방텐트
복층 구조의 오피스텔에 살 때다. 창이 큰 데다 오래된 건물이라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말도 안되게 추운 집이었다. 심지어 LPG 가스를 쓰는 곳이라 조금만 난방을 켜면 가스비가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최소한으로만 보일러를 작동시키고 난방용품을 사들였다. 그 중에 하나가 난방텐트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칼바람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코가 시렸는데 난방텐트를 쳤더니 한결 나았다.(집에 놀러 온 친구가 구호물품이냐, 야외취침하냐 등 잔소리를 하며 함께 슬퍼해준 게 생각난다.) 난방텐트가 미관상 좋지 않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만 난방텐트가 없었다면 그 때의 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정도로 추운 집이 아닐 경우다.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서 난방텐트는 장롱 속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난방텐트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춥지도 않고 난방비 줄이려고 펼치면 좁은 집이 더 좁게 보였다. 투룸 이상의 10평대 집이면 괜찮을 것 같지만 7~8평짜리 원룸에서는 짐일 뿐.
캔들워머
내 방은 심플 그 자체다. 방 안에 빨래건조대가 펼쳐져 있고 책상에는 노트북 외에 흔한 장식품도 없다. 인테리어와 거리가 아주 먼 삶을 살던 내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어느 날 캔들 워머에 꽂혔다. 삭막한 분위기가 캔들 워머 하나로 갬성 가득한 원룸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캔들 워머가 아니라 어두운 조명의 스탠드를 들여온 것 같았다. 여러 인테리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면 분명 예뻤을 텐데. 그래도 가끔 기분 내려고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켜진 캔들 워머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감성은 내 안에 있었나 보다.
너무 사소한 아이템뿐이고 개인적인 의견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인테리어 제품 광고가 쏟아지는 요즘, 생생한 후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다방 브런치 독자 님이 알고 계신 1인 가구 꿀템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