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도대체 술병이 몇 개야?’
초록색의 술병들과 더불어 앙상한 사과의 골격들이 바닥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심장들만이, 천천히 썩어가고 있었다.
넓고 커다란 집은 구역 구역, 공간별로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파리의 사체들과 뒤엉킨 배설물들이 거실에 널려있었고, 갈색의 방문을 하나 두고 커다랗고 하얀 침대가 보였다.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마루를 향해 걸어 나왔을 때 그 공간의 주인처럼 보이는 한 여자는, 짙은 회색의 반짝이는 차를 타고 그곳에 서있는 나를 향해 해맑은 미소를 띠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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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관리되어 보이는 검은 그랜드 피아노 한대와, 한쪽면이 전부 거울로 되어있는 발레 연습실.
거울은 지문하나 없이 깔끔했고, 바닥은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고 미끄러질 정도로 깨끗했다.
이 공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바깥과는 널찍한 통유리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어쩐지 집의 주인은 다른 사람들이 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부러움을 살만한 이 공간만을 봐주기를 원하는 듯 보였다.
집주인의 은밀한 욕망대로 통유리창 옆으로 나있는 출입구만은 투명한 망토를 걸친 사람들이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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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층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큰 집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공간마저 주인의 취미에 따라 공간이 다 다른 이미지였다.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작은 공간에는, 손목시계와 같은 아주 작은 부품들을 수리하고 조립하는 책상이 세팅되어 있었다. 딱히 치우지 않고 하던 대로 그냥 둬도 될 만큼 집은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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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루로 향했을 때 음식재료들이 잘 보관되지 않고, 양파가 큰 바구니 안에 가득 썰려있고, 씻지 않은 말라가는 감자가 한 바구니째로 한데 모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새파랗게 물든 마음을 품고 있는 한 아이는, 이번 주에 여기에 있는 재료를 다 써야 한다고 엄마가 자신에게 말했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사과의 심장들이 썩어가는 마루와 깨끗하게 관리된 발레연습실과 더불어 그 커다란 집은, 바깥과 연결되는 곳이 세 군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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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우편업무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아주 부한 곳이었지만, 허름한 옷들을 입고 있었고, 사람들이 검소하고 정직해 보였다.
빵모자를 쓰고 허름해 보이지만 아주 따스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시퍼렇게 멍든 마음만은 억지로 잠을 재운 채로 우편들을 나르고 있는 한 남자가 맑고 붉은 눈으로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은 데워지는 듯했다.
그는 나를 향해 미소 짓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가 아주 부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 말없이 나를 바깥으로 나가게 해 주었다.
그의 인도를 따라 바깥으로 나갔을 때, 시퍼렇게 멍든 마음을 가지고 있던 그가 어쩐지, 새파랗게 물든 마음을 품고 있던 아이와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가엾은 존재의 수치로 황량한 광야가 된 마음은, 그럼에도 가장 먼저 잃기 쉬운, 사랑을 구하는 마음을 끝까지 간직할 수 있길 마음속으로 되뇌며 그곳을, 매일을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