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품은 흙

by 샴푸보다퍼퓸

우리는 스스로를 human being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두 단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숨어 있다.


Human은 흙을 뜻한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 시간의 흐름 앞에 유한할 수밖에 없는 존재.

그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크로노스라는 수평의 시간을 따라 흐른다.

그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며,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being은 다르다.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카이로스는 이 순간 수직으로 스며드는 영원의 빛이다.

우리가 사랑을 깨닫거나, 눈물 속에서 진리를 깨달으며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설명할 수 없는 평화를 경험하는 그 순간 시간은 멈추고, 우리는 영원의 일부를 맛본다. 그것이 바로 being의 차원이다.


결국 인간은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어딘가에 존재하며 산다.

흙으로서 시간 속을 흘러가지만, 동시에 영원의 빛을 받아들이는 존재.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human이 아니라, human being이다.

흙으로 지어졌지만, 존재함으로써 영원을 품을 수 있는 존재.


이렇듯 신비하게 지어진 피조물은, 지금이라는 영원을 살며 카이로스의 시간을 통해 창조자의 마음을 더욱 알아가며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매일의 오늘을 살며 무언가를 창조해 내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오늘 나로부터 창조되어지는 것이, 빛이라 착각할 만한 썩어 사라질 것이 아닌, 사랑, 또 사랑이기를 바라며.


또한 나의 존재됨이 사랑에서 시작되었음을 더욱 깊이 깨달으며, 빛을 품은 흙으로 이곳에 존재할 수 있기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