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이 멈추는 때

by 샴푸보다퍼퓸

꿈속에서 사자와 뛰어놀고 독수리와 함께 하늘을 날며 온 세계를 잔뜩 누비며, 이미 멸종된 공룡들이 가득한 언덕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꿈을 꾸는 때.


자신이 원하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는 없지만, 존재의 시작부터가 오직 사랑인 존재로써 그저 본능적으로 사랑만을 요구하게 되는 그때.


사랑이라는 이름.

그 단어는 말할 수도 읽을 수도 없지만, 또한 그 존재의 행동이 성숙하지 않지만 자신의 필요와 원함의 전부가 “나를 사랑해 주세요. 사랑받고 싶어요”일 그때.


그때를 지나, 점점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이 멈추어가는 때가 온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라는 것이 그때 생기는 걸까?

혹은, 시공간을 자연스레 누비는 것이 그때 끝나는 것일까?





2025년 7월 6일


하루가 이상한 날이 있다.

마치 다른 시공간에 갔다 온 것 같은 꿈을 꾸거나,

낮에 잠이 너무 오는 날.

꿈의 이미지가 너무 생생한 날.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주 어린아이처럼 잠만 자는 날.

낮잠시간, 혹은 다른 하루의 어떤 떼어진 시간.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를 어느 날에 잠시 도착해 살다가 온 날.





평범한 하루의 날이었다.

크고 따뜻함이 가득 느껴지는 호텔 같았다.

로비에 있는 커다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었는데, 갑자기 암호화된 숫자가 내 앞에 나타나더니 나에게만 보이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옆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그 엘리베이터를 보지 못했다.


나에게만 보이는 그 숫자를 눈으로 따라 읽고 머릿속으로 숫자를 읊자 나는 순간이동을 한 듯,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올라갔다.

같이 탄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또 다른 날은, 똑같은 그 엘리베이터 앞이었는데 암호화된 숫자도, 나에게만 보였던 그 엘리베이터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날은 나 혼자 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고, 또 어떤 날은 옆에 서있던 할머니는 올라가는데 나는 올라가지 못한 날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도착한 곳에서 제일 처음 보았던 것은, 어떤 연예인의 커다란 옷광고 포스터와 그 포스터를 보고 있는 그 연예인이었다.

도착한 그곳은 어떤 집인 것 같기도 하고, 학교인 것 같기도 했다.

뭐 하나 명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였다.

참 이상하지만 자연스러운 세계였다.


강의실에 모여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한 설명을 듣는 날이었다.

설명을 듣고 알게 된 것은,

낮잠을 자면, 꿈속에서 도착한 그곳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알 수 없는 다른 날이었다.

그래서 연결이 안 되는 날이 많아 스스로 바보 같다고만 느끼고, 잠이 많은 내가 항상 게으르고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애라고 느꼈는데, 나는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애라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꼭 그런 날이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


꿈에서 내가 한때 좋아했던 가수도 나왔는데 그 또한 나와 똑같은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노트인지 핸드폰인지, 무언가를 통해 시간을 기록하고 그 루틴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유의 꿈을 꾸고 깨어났을 때, 혹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 꿈속에서 마치 매일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레 녹아들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었다.



모든 설명과 이 신기함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후 나는 다시 떠나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집인 것처럼 보이는 곳 싱크대에서 나는 입을 헹궜다.

그는 나보다 먼저 문 밖을 나섰고, 나는 내 입을 헹구며 입에서 나온 이물질들이 있는 싱크대 하수구를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내가 이곳에 올 때는 언제일까?’

‘싱크대 하수구에 뱉어진 이물질들이 얼마나 말라있고 어떻게 되어있으려나..’

‘저 사람은 이 시간과 공간의 갭을 어떻게 기록하고 원리를 알게 된 거지? 어떻게 이용하는 거지?’





시간과 공간에 묶여있는 나로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창조자의 시선과 입장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나의 시선과는 다를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잠을 잘 때 이불에 지도를 그리며 쉬를 자연스레 싸는 어린 아기들, 그 현상을 컨트롤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 현상이 없어지는 거 아닐까라고 혼자 되뇌며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백 년 전 아이유괴 사건을 미리 알고 그곳의 누군가가 되어 눈을 뜨고 아이유괴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살아내던 내게, 이상한 이어폰 같은 장치를 하고 “어 너도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나를 알아봐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던 어떤 남자도 생각이 났다.


꿈을 꾸고 나니, 현실에서의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눈앞에 닥친 작고 작은 것들을 고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이지만 허무맹랑한 꿈.

그런 차원에서의 경험은 나를 더 겸손하게, 더욱 겸손하게 한다.



나는 작은 나의 앞 밖에는 볼 수 없는 참 작고도 작은 존재이지만, 나를 만드신 분은 참 크고 위대하신 분이시구나.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