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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Dec 01. 2015

우리가 뒤집어쓴 것은
새똥이 아니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3.24-25 천정 백시멘트 작업)


  나는 살아오면서 집 공사를 통해 막노동(노가다...)를 처음 해본 것인데,  그중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시멘 작업과 천정 작업이었다. 시멘 작업이나 천정 작업을 한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곤 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 두 가지의 작업이 만난 것이다. 바로 천정에 백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이다. 이 모든 작업(이라 쓰고 '고생'이라 읽는다.) 서까래를 살리고자 하는 우리의 결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서까래와 대들보를 내보이게 한다는 것이 이만큼 어마어마한 고생을 초래할 거라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울퉁불퉁하지만 올곧고 기나긴 세월을 버텨온 단단하고 아름다운 이 나무를 도저히 합판 떼기로 덮어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 힘든 작업을 할 때 우리의 가여운 도련님(J의 남동생)이 일을 도우러 왔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이 작업은 철저한 분업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밑 작업으로, 흙이 발려진 천정에 붓으로 물을 바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백시멘트 반죽이 흙에 잘 달라붙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 작업은 도련님이 해주었다. (파란 작업복의 나의 도련님) 그리고는 이어서 1차 작업은 도련님이 백시멘트 반죽을 손으로 덕지덕지 발라 놓는다. 

1차 작업으로 손으로 덕지덕지 발라 놓은 백시멘트의 상태
2차로는 J가 작은 고무헤라를 이용해 구석구석을 메꾸어 준다. 
3차로 내가 붓을 이용해 백시멘트 반죽을 스윽스윽- 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다. 


  그러고는  마른걸레를 이용해, 서까래에 묻은 백시멘트를 닦아낸다. 그러면 이렇게 매끈한 표면이 완성된다. 그렇게 안채 큰 방과 작은 방의 한 쪽 천정을 마무리하고, 거실까지 완성시키면 되는데, 우리는 그 당시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도록 야간작업까지 하면서 이틀에 걸쳐 이 작업을 해야 했다. 


거실 천정 작업중


고개를 젖히고, 천정 작업을 하는 나


완성된 거실 천정의 모습-


  이틀 연속 미친 듯이 위만 쳐다보고 작업한 결과 거실 천정이 하-얗게  마무리되었다. 다 해놓고 보니,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천정가 대비되어 대들보와 서까래의 모습이 더 돋보였고, 정갈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오랜 나무들을 보이게 살리기를 잘했다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그리고 우리는 온통 새똥을  뒤집어쓴 마냥 새하얀 백시멘트 똥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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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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