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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뒤집어쓴 것은
새똥이 아니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by 다비

(3.24-25 천정 백시멘트 작업)


나는 살아오면서 집 공사를 통해 막노동(노가다...)를 처음 해본 것인데, 그중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시멘 작업과 천정 작업이었다. 시멘 작업이나 천정 작업을 한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곤 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 두 가지의 작업이 만난 것이다. 바로 천정에 백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이다. 이 모든 작업(이라 쓰고 '고생'이라 읽는다.) 서까래를 살리고자 하는 우리의 결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서까래와 대들보를 내보이게 한다는 것이 이만큼 어마어마한 고생을 초래할 거라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울퉁불퉁하지만 올곧고 기나긴 세월을 버텨온 단단하고 아름다운 이 나무를 도저히 합판 떼기로 덮어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 힘든 작업을 할 때 우리의 가여운 도련님(J의 남동생)이 일을 도우러 왔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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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철저한 분업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밑 작업으로, 흙이 발려진 천정에 붓으로 물을 바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백시멘트 반죽이 흙에 잘 달라붙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 작업은 도련님이 해주었다. (파란 작업복의 나의 도련님) 그리고는 이어서 1차 작업은 도련님이 백시멘트 반죽을 손으로 덕지덕지 발라 놓는다.

DSCF2216.JPG?type=w2 1차 작업으로 손으로 덕지덕지 발라 놓은 백시멘트의 상태
DSCF2215.JPG?type=w2 2차로는 J가 작은 고무헤라를 이용해 구석구석을 메꾸어 준다.
20150324_170947.jpg?type=w2 3차로 내가 붓을 이용해 백시멘트 반죽을 스윽스윽- 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다.


그러고는 마른걸레를 이용해, 서까래에 묻은 백시멘트를 닦아낸다. 그러면 이렇게 매끈한 표면이 완성된다. 그렇게 안채 큰 방과 작은 방의 한 쪽 천정을 마무리하고, 거실까지 완성시키면 되는데, 우리는 그 당시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도록 야간작업까지 하면서 이틀에 걸쳐 이 작업을 해야 했다.


20150325_135030.jpg?type=w2 거실 천정 작업중


20150325_150820.jpg?type=w2 고개를 젖히고, 천정 작업을 하는 나


20150325_171242.jpg?type=w2 완성된 거실 천정의 모습-


이틀 연속 미친 듯이 위만 쳐다보고 작업한 결과 거실 천정이 하-얗게 마무리되었다. 다 해놓고 보니,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천정가 대비되어 대들보와 서까래의 모습이 더 돋보였고, 정갈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오랜 나무들을 보이게 살리기를 잘했다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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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온통 새똥을 뒤집어쓴 마냥 새하얀 백시멘트 똥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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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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