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비 Dec 14. 2015

낮은 집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

삶을 살아가는 지혜

(4.7~10 안채 뒷 현관 만들기)


  우리 집 안채에는 거실을 가운데 두고, 앞마당 쪽으로 나있는 커다란 미닫이문과 뒷마당(우리 살림집 쪽) 쪽으로 나있는 자그마한 뒷문이 있다. (아마도 옛날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집 뒤쪽의 텃밭에 가는 데 이용하던 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배관공사를 하면서 뒷마당이 훌쩍 높아져버려서 가뜩이나 낮은 안채가 더 낮아졌고, 작은 뒷문도 뒷마당보다 턱이 낮아져서 비가 오면 자칫 물바다가 되어버릴 수 있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뒷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고민하다가 문득 '현관을 바깥으로 빼서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난 것이다. 내가 반짝하고 떠올라 말하자, J는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러니까 바깥쪽으로 벽과 지붕을 빼서 문을 하나 달고, 원래 있던 뒷문이 현관 안쪽의 중문이 되는 것이다. 



먼저 왼쪽의 사진처럼, 높아진 뒷마당의 흙을 퍼내고, 바닥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석분과 자갈을 깔고, 미장을 해주는 것으로 현관 공사가 시작되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자그마한 구멍(?)이 바로 뒷문인데, 공사하는 동안 여길 지나다니면서 머리를 얼마나 많이 부딪혔는지 모르겠다. 특히 모자를 쓰고 있을 때는 시야가 가려져서 더욱 조심해야 했다. 이 문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옛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작았던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현관 골조를 세우는 J의 모습

 

  바닥 미장을 마무리한 후, 현관 지붕을 뺄 만큼 지붕을 잘라내고, 방부목으로 현관 골조를 세워주었다. 위에 보았던 원래의 뒷문보다 훨씬 높이가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드나들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될 만큼의 높이이기는 하나, 키가 좀 큰 남자들이 드나들기에는 여전히 머리를 조심해야 할 높이이다. 더 높일 수도 있었지만, 원체 낮은 집에 높다란 현관을 만들자니 영-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았다.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서쪽 벽면에 해가 질 때 빛이 들어오도록 창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고, J는 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루끼를 이용해 창틀을 만들어주었고, 나는 새빨간 색으로 그 창틀을 칠했다. 이후 유리 삼촌에게 창틀 크기에 맞게 유리를 재단해서 창틀에 실리콘으로 고정시키고 24시간씩 양쪽을 말려주면 창문이 완성된다. 그렇게 서쪽 벽면에 자그마한 빨간 창문이 생겼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정말 또똣하다. 


현관 벽면 완성 후, 뒷정리 하는 J


 처음에는 현관 벽면을 외부용 우드스테인으로 칠해주고, 방수코팅을 해서 마감했었다. 그런데 영- 마음에 들지 않고, 집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 이후에 전면 수정하였다. 




(현관문 업-사이클링)


  뒷 현관의 문은 유리 삼촌네서 얻어온 창문으로 업-사이클링 해서 만들어 달기로 했다. 유리 삼촌네서 유리창이 많은 하얀 창문을 얻어왔다. 이 창문에다 나무를 덧대어 문을 만들었다. 바깥문으로 쓰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유리창이 많은 예쁜 이 문을 끝내 포기할 수가 없었다. 




 새로 덧대어준 나무 부분에 젯소칠을 하고, 유리창 부분에 일일이 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였다. 하하. 많기도 하지( 그래도 마스킹 작업이 할 때는 귀찮은 작업이지만, 막상 해놓고 보면 페인팅 작업을 할 때 참 편하고 좋다.) 마스킹 후, 크림 색상 페인트를 조색하여 칠해주었다. 페인트가 충분히 건조되면 던-에드워드사의 라스트 앤 라스트 마감재로 마감 코팅을 해준다. 라스트 앤 라스트 마감재는 주로 원목나무에 사용하며, amber현상으로 색이 누렇게 변하니, 원래 하얀색 위에는 잘 사용하지 않으니 꼭 참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리창 하나하나 실리콘 처리를 하면 우리의 멋진 문이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업-사이클이 아닌가? 버려진 창문을 이용해서 현관문을 만들었다. 업-사이클은 뭐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바로 우리 가까이 주변에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것들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이다. 나도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구를 아끼는 마음과 항상 주변에 대한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 일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이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우고 있었다. 단순히 집을 짓거나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7.10 너와벽 작업)


  공사의 후반기. 우리는 대대적인 뒷 현관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지은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거무튀튀하게 발라놓은 현관의 외벽이 퍽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J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너와벽을 하는 게 훨씬 예쁠 것 같긴 해.. 그치?


J는 계속되는 공사에 지쳐있었고, 어서 빨리 공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냥 그대로 두고 싶어 했었지만, 아무래도 자상하고 좋은 남편인 J는 내 간절한 눈빛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J는 나를 차에 태우고 한림에 위치한 제재소로 향했다. 시다 셰이크(라고 불리는 너와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 한림 중산간에 위치한 제재소인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고, 삼나무를 켜 둔 너와 나 무도 값싸게 구해올 수 있었다. 


 긴 모양으로 켜져 있던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못으로 박아주었다. 땡볕에 무지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나의 어마 무시한 부탁 때문에 J가 더운 날에 항상 고생이었다.. 고마워, 남편! 

(너와 작업은 공사의 후반기에 진행해서 사진 속에는 이미 마당에 잔디가 깔려있고, 추운 날씨에 시작한 공사는 어느덧 땡볕 한 여름이었다.)

거의 완성되어가는 중. 밀짚모자 쓴 J.

 

 J가 정성 들여 하나하나 박은 나와 벽에 나는 외부용 스테인으로 마감처리를 해주었다. 나무의 색이 짙어졌다. 옆의 흙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너와벽을 하지 않았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었다. 

 아! 전에 만든 문도 달아주었다. 


 위의 사진은, 공사가 마무리 후, 민박집을 시작하고 1인실 손님으로 다녀간 엄지 씨가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낮은 집의 흙벽과도 참 잘 어울리고, 잔디마당과도 어울린다.

 짧게 나온 처마 끝에 바당에서 주워온 대나무로 어설픈(그렇지만 예쁜) 물받이도 달아주었다. 부디 태풍만 잘 견뎌다오..라고 생각했는데, 올여름에는 웬일인지 제대로 된 태풍 하나 오지 않고 고요히 지나갔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꼭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일지 (Written by Jay_)


 너와작업

  정상적인 너와 마감작업은 아니었다. 너와도 원래는 톱으로 켠 게 아니고 도끼로 쪼갠 것이라고 한다. 길이도 한 장을 꽤 길게 잘라 써야 하지만 우리는 싸고 편하게 작업했다. 물론 비는 새지 않도록 작업했고 아직 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붕작업이었다면 정석대로 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삼나무를 구해다 도끼로 쪼개서 어딘가에 말려두면 나중에 지붕재로 쓸 수 있으려나..








Instagram : mendolong_hostel

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


매거진의 이전글 마침내 비가 그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