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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Jan 08. 2016

하나의 작은 틈도 없이

단열작업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단열작업: 4.24-29(상치기와 스티로폼) / 5.10-12 (우레탄폼)


 힘들고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던 보일러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벽체 작업에 들어갔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일러 바닥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는 벽체 작업을 시작하자 이내 벽체 작업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가벼이 생각하면 참 간단하고 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변수가 참 많기도 하다. 특히나 우리 집처럼 100년 가까이 된 제주 흙, 돌집의 경우에는 더더욱이.. 요즘 새로 지은 집들처럼 벽면이 모두 반듯하다거나 90도로 각이 져있다거나 하면 비교적 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울퉁불퉁한 것의 멋을 알았던 것인지.. 어느 한 구석 반듯하질 않다. 그럼 처음에 수치를 재고 재단을 하는  것부터가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안채 큰 방에 각목으로 상을 대어놓은 모습.
거실 상대기

 우선, 각목을 잘라 합판을 칠 수 있도록 상을 치는 작업을 해주었다. 큰 방처럼 브로쿠벽(?) 부분이  많을수록 작업은 위에서 말했듯이 쉬워진다. 하지만 이 오래된 집은 우리가 일을 쉽게 쉽게 하도록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벽이 반듯하면 천정이라도 울퉁불퉁하다. 대들보와 서까래 중 살릴 부분을 남기고 그걸 기준으로 상을 치려니 치수가 들쭉날쭉 자기  마음대로이다. 


 위의 사진은 안채 골방에 상을 치는 모습인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집의 다른 부분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많은 부분이 고쳐지고, 보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골방은 100년 전 태초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남아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흙과 돌로 쌓아 올린 벽체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을 그대로 살려서 흙벽으로 남겨두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가 돌집에서 겨울을 나보니, 춥다. 정말 춥다. 단열이라곤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 따르면.. 흙이 단열에는 으뜸!이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의 두께가 나와주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제주의  옛집들처럼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덧발라 놓은 정도로는 단열이 거의 되지 않는다. 






 j가 상을 치는 동안에 나는 먼저  마무리된 부분에 스티로폼을 끼워 넣기 시작한다. 이 스티로폼이 단열에 효과가 좋다. (최근에는 유리섬유나.. 여러 가지의 단열재들이 이용된다고 한다.) 방법은 상을 친 각목의 치수를 줄자로 재고, 스티로폼을 그 모양과 크기에 맞춰 자른 후에 그 사이에 끼워 넣어주면 된다. 너무 작게 자르면 헐렁해서 자꾸 빠져나오고, 너무 크게 자르면 애초에 들어가질 않으니 정확한 치수대로 자르는 것이 좋다. 일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끼워 넣어주면 된다. 사각형이 가장 하기 쉽고, 삼각형이나 다각형.. 각도를 계산해야 하는 부분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틈이 있는 작은 부분까지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끼워 넣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이미 모든 걸  내려놓고 해탈을 했던 모양이다. 하하





 스티로폼을 모두 끼워 넣은 후에는 바로 우레탄폼 작업에 들어간다. 노가다엔 끝이 없어 보인다. 아주 작은 틈새까지도 모두 막아버려야 단열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각목 틀과 스티로폼 사이사이 모든 틈새에 우레탄폼을 쏘면 된다. 예전 우리 살림집을 공사할 적에는 잘 몰라서 스티로폼만 끼워 넣고 말았는데, 추운 겨울을 보낸 J가 단열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더니 이제 J는 한치의 틈도 없다. 힘들게 스티로폼을 끼워 넣었는데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단열에 별로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위의 사진처럼 각목과 스티로폼 사이의 작은 틈을 메꿔준다는 식으로 우레탄폼을 쏴주면 된다. 마르기 전에 엄청 끈덕거림으로 되도록 만지거나 몸에 닿지 않는 것이 좋다. J는 이 작업을 하면서 머리며 팔이며 옷이며.. 여기저기에 묻혀 와서 머리카락을 얼마나 잘라내고, 옷을 얼마나 버렸는지 모르겠다. 



 우레탄폼을 쏘면 이렇게 틈으로 삐져나오는데, 다 굳은 후에 커터 칼로  튀어나온 부분을 모조리 잘라내야 한다. 그렇게 단열작업이 완료된다!





+

그즈음의 우리. 

우레탄폼 범벅이 된 J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있다. 점점 초췌해지는 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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