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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Nov 20. 2015

사서 고생의 시작

쉬운 길 보단 어려운 길이 언제나 옳다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사서 고생의 시작


 J(나의 남편)는 우리가 처음 만나기 훨-씬 이전부터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해 왔다고 말했다. J가 꾸던 그 꿈은 어느덧 우리가 함께 꾸는 꿈이 되어있었고, 우리는 이 자그마한 건물들을 고치고 손봐서 그 어떠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 둘의 '사서 고생 프로젝트' 이야기의 시작이다. 쉬운 길보단 어려운 길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J와 덕분에 같이 사서 고생하는 나의 이야기. 



공사 초기 안마당에서 본 모습. 사진 왼쪽부터 창고2, 안채, 창고1, 창고3의 귀퉁이


 처음 두 달 동안은 연세 집을 얻어 지내던 제주 동쪽 마을에서부터 매일 70km를 왔다 갔다 하며 공사를 했다. 추운 겨울이었고, 원체 잠이 많은 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공사현장(?)으로 1시간씩 차를 타고 달려오는 일이 정말 끔찍이도 힘이 들었다. 돈을 아끼자고  6,000원짜리 백반 한 끼  사 먹질 못하고, 매일 3분 요리로 점심을 때우던 그런 날들이었다. 그렇게 두 달 간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집 안에서 가구를 만들며 보냈던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공사를 마친 바깥채로 우리 신혼 살림을 이사했다. 사실 살림이라 해봤자 내가 육지에 올라가 있었을 때,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며 모은  몇십 만원으로 장만한 중고 냉장고, 세탁기, 그릇들이 전부였다. 그 외에 침대, 옷장, 책상, 식탁, 의자, 싱크대 등은 J가 손수 다 만들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우리는 2주간의 꿀 같은 휴일을 뒤로하고 다시 안채 공사에 들어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니, 그 보다 더 했다고 해야 할까. 바깥채는 40년 된 건물이라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고, 안채는 말 그대로 100년 세월이다. 낡을 대로 낡은 아주 오래된 집이었다. 막막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오래되고 낡은 이 공간이 우리의 '사서 고생'으로 어떤 공간으로 바뀌어 나갈지.. 기대 만발, 걱정 만만 발이었다. 






(왼) 내가 그린 도면(이라기 보다 지도.. 가  맞으려나?)과 (오른) J가 그린 도면


 공사 시작 전, 집의 전체적인 모습을 도면으로 그려보았다. 실제로 이 그림 두 장만 비교해보아도 J와 내가 얼마나 다른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 수가 있다. 하하. 대략적인 설명을 붙여보자면, 나의 지도(?)를 보았을 때, 위 쪽의 초록색 지붕이 두 달 간 공사를 마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신혼살림집이다. 우리 집의 앞쪽으로 안채 건물이 마주하고 있다. 안채의 왼쪽 끝에 창고 건물이 하나 붙어 있고, 그 맞은 편으로 아주 작은 창고가 하나 더, 그 옆으로 넝쿨로 뒤 덮인 창고가 또 하나 있다. 크지 않은 땅덩어리에 작고 귀여운 건물들이 옹기종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 동쪽 담 너머로 동녘 할망네가 있고, 서쪽 담 넘어는 서녘 할망네 집이 있다. 주변 할망들에 둘러싸여 할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살고 있다. 


한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채로 비워져 있던 집이라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듯 했다.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드나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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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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