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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Apr 11. 2016

어렴풋했던 것들이 선명해지기까지

농가주택 고치기 | 실내 핸디코트, 페인팅 작업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2015.5.28-6.1 내부 핸디코트와 페인팅)


  집 내부에는 단열과 보강을 위해 상을 치고, 석고마감을 한 부분과, 흙벽 상태로 그대로 둔 부분이 있다. 석고 메지 작업과 함께 흙벽 핸디코트 작업도 진행했다. 흙벽 위에 바로 핸디코트를 바르면 흙의 색이 그대로 올라오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벽에 한지와 함께 핸디코트를 발라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닥종이 인형이라던가.. 한지 벽지나 바닥 마감 같은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위의 사진처럼 울퉁불퉁한 흙벽 본래의 느낌을 살리고 싶어 남겨둔 부분에 한지를 여러 겹 붙이고, 핸디코트에 젯소를 섞어서 발라보았다. 그랬더니 걱정했던 것보다 흙색이 많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렇게 1차 작업을 하고, 완전히 마른 후에 2차로 핸디코트를 한 번 더 발라준다. 그러면 아래의 사진과 같이 기존의 울퉁불퉁한 벽의 질감은 살리면서 훨씬 깔끔한 벽면이 나온다.      







작은 방의 흙벽 부분과 세면실 천정,화장실 벽 등 핸디코트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 열심히 핸디코트를 펴서 발라주었다. 바깥채 작업 할 때는 핸디코트가 내 맘대로 잘 발리지 않아서 울면서 뛰쳐나갔던 일이 있는데,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는지, 기술이 생겼는지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핸디코트가 굳으면 매끈하게 마감이 되지 않고, 울퉁불퉁하고 삐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샌딩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J가 하르방이 되어서 나타났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사포를 들고 열심히 사포질을 해서 매끈한 벽을 만들었고,

 J는 핸디코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하르방이 되었다. 





 드디어 페인팅 작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먼저 붓으로 모서리 부분과 롤러가 닿지 않는 부분을 칠하고, J가 나머지 부분을 롤러로 힘차게 밀어 페인트를 칠해준다. (페인트는 제주시 한양페인트백화점에 가서 조색해 온 아이생각 친환경 내부 페인트를 사용했다.) 위의 사진처럼 롤러가 안보이게 힘차게 발라주어야 한다. 










옆의 사진은 페인팅 완료된 골방의 모습

생각보다 매우 깔끔하게 나왔다.

 다른 방들보다 가장 골칫거리였던 골방이 가장 먼저 완성되었다. 색감도 우리가 원했던 색감 그대로 나왔다. 흰색 계열에 은은하게 붉은색이 도는 따뜻하고 편안한 색이다. 






  세면실 부분은 노오랗게 칠해주었다. 약간 겨자색이 감도는 노란색이다. 그리고 나는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커다란 페인트 붓 대신 가느다란 세필 붓을 잡았다. 처음 생각했던 느낌으로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고생했다. 물감이나 페인트를 만진 날이면 나의 손은 항상 이 모양이다. 손이나 앞치마만 보면 내가 제일 일을 많이 한 사람 같다. 하하     

 


 페인트 작업이 진행되면서 전기 작업도 함께 진행되었다. 전기구, 스위치, 콘센트 등 설치 작업이다. 집 철거작업 하면서 나온 똥그란 옛 스위치들을 깨끗이 닦아서 다시 사용하였다. 개수가 모자라 네모난 아이도 구해서 달았는데, 나름 귀여운 모양이다. 


















그 즈음, 우리의 모습.

여름이 다가오면서.. 해는 길어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보면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어있다. 해가 길어지면서 그저 머릿속에 어렴풋하던 것들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Instagram : mendolong_hostel

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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