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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Apr 15. 2016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제주 농가주택 고치기 | 외벽 페인팅, 바깥 창고 문 내기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2015.06.03~04 외벽 페인팅)




 

  집의 외벽을 칠하는데, 영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오질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칠하던 중이었다. 처음에 선택했던 아이보리색도 우리가 생각했던 그 색이 아니었고.. 계속해서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오질 않아 자칭 조색의 여왕이었던 나의 입이 삐죽하고 나와있었다. 자신감을 잃고 모든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하하. 그러자 J가 자기가 색을 만들어보겠다며 나섰다. J가 만든 색으로 칠해보니.. 신축건물의 느낌이 난다. 하... 그 후로 몇 번을 여러 가지 색을 섞어보았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색을 만들어냈다. 약간의 연보랏빛이 감도는 미색이다. 



  카페 건물은 고민 끝에 약간의 잿빛과 초록이 감도는 푸른색(?)으로 정했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묘한 느낌의 색이다. 안채를 정리하면서 나온 옛날 싱크대의 안쪽 색을 보고 저런 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열심히 조색해서 칠하고, 위에 테두리 부분은 갈색으로 칠했다. 그 후에 매직 스펀지를 이용해 문양을 만들어 하얀색 페인트를 묻혀 도장처럼 쾅쾅 찍어주었다. 







(2015. 06. 03~04 바깥 화장실 문 내기)



 

  남자 화장실과 샤워실이 될 자그마한 창고이다. 내부가 하나인 자그마한 창고 건물을 반으로 나눠 화장실과 샤워실을 따로 만들기로 했다. 화장실은 원래 있는 샤시문으로 사용하고, 샤워실은 새로 문을 내주어야 했다. 이제 벽을 뚫어 새로 출구 하나 내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J였다. 수직과 수평을 잡아 문을 낼 곳에 기리(드라이버에 연결에 구멍을 뚫는 기구..?)로 구멍을 뚫고, 연필로 선을 긋는다. 그라인더를 이용해 그은 선을 따라 주욱 오려준다. 그리고는 정과 망치를 이용해 벽을 부수면 되는데... 무슨 일인지 전 날 까지만 해도 보이던 정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커다란 빠루(?)를 이용해 부셔보기로 했다. 해머를 이용해 있는 힘껏 내리친다. 더운 날씨에 정말 고생한 J...! 벽을 뚫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J이지만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일하는 J의 모습은 여전히 안쓰럽다.. 문구멍을 다 내고는 무슨 스릴러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포즈를 취하고는 승리자의 포즈라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하하 




  그 옆에서 나는.. J가 부순 창고 벽의 파편을 보는데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벽의 조각들을 주워 모아 여러 다른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 할 일 없어 이러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러했다.) 하얀 파편들에는 그림도 그려주었다. 


이 또한 

삐뚤빼뚤하지만

그대로 매력이 된다.








Instagram : mendolong_hostel

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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