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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Apr 26. 2016

삼다도표 돌길

제주 농가주택 고치기 | 앞마당 돌길 만들기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2015. 6.19 앞마당 돌길 만들기)



 바람 많고, 여자 많고 (요새는 여자 대신 중국인이라고도..), 그리고 돌이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 그래서인지.. 집 공사를 하는데 여기저기에 돌을 참 많이 사용했다. 심지어 집 건물이 흙돌 집이다. 지난 화에 올렸던 화장실 앞 자그마한 계단.. J가 아무 생각 없이 박아 넣었던 조그마한 돌멩이들을 보고 나는 '몹쓸'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샘솟았다. 또 다른 사서 고생을 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하하 


 앞마당에 삥 둘러 걸어 다닐 길을 만드는데, 자갈을 퍼다가 깔아봤지만 영- 마음에 들지가 않던 참이었다. 그래서 고민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J가 샤워실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돌계단을 보고는 영감을 얻은 나는 J를 데리고 조약돌이 많이 쌓여 있는 곳으로 갔다. 제주는 아무 데나 조금만 가면 돌들이 그냥 쌓여있다. 우리만의 비밀 장소(?)에 가서 돌을 주워왔다. 이왕이면 동글동글 예쁜 녀석들로 골랐다. 그리고 근처 석재상에 가서 판석을 구해왔다. 부정형 판석. 혹은 난석이라 불린다.





  

  원래는 가운데 잔디 자리를 비워두고, 자갈을 깔아 자갈길을 만들어 두었었다. 그 자갈길을 없애고 다시 새로이 하기 위해서 열심히 퍼다 나른 자갈을 다시 열심히 퍼담아야 했다. (힘들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미안 J ) 사진 속 J 옆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는 녀석은 나의 대학 동기 BK. 때 마침 힘이 필요할 때 놀러 와서 크게 도움을 주고 갔다. 



 


 안채 앞마당에 배달 온 판석을 한 장 한 장 깔아본다. 모양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하나하나 잘 맞추어서 놓아야 한다. 판석을 쫙 깔아 놓은 후, 보통은 판석 사이 간격을 좀 더 좁게 해서 매지(줄눈)를 넣고 마무리하면 끝이지만, 우리는 다르니까.. 하하. J와 BK가 판석을 자리에 놓을 때에 나는 열심히 주워온 돌멩이들을 크기와 모양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시멘 반죽을 조금 묽게 해서 판석 사이사이 공간을 메꿔준다. 간격이 넓으니 시멘도 꽤나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날도 덥다. 나는 열심히 반죽을 퍼서 부어주고, J는 흙손을 이용해 쭉쭉 펴준다. 하루 종일 걸린 것 같다. 그리고 바깥 샤워실 앞 작은 계단에서 나온 몹쓸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이다. 주워온 돌멩이들을 시멘이 굳기 전에 하나하나 판석 사이 공간에 박아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덥고, 돌멩이가 엄청 많이 들어간다. 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꾹꾹 눌러 넣는다. 






간격이 큰 부분에는 이렇게 모양을 만들어 박아주었다. 



비가 오면 빗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띄어쓰기 같은 물길을 내어주고, 하루가 꼬박 걸려 완성했다. 



 다 해놓고 보니, 돌멩이를 한 천 여개쯤 박은 것 같다. (사서) 고생한 만큼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왔다. 그냥 자갈길로 두었어도 될 것을 내 요구대로 처음부터 다시 고생해준 J와 놀러 왔다가 삽질에, 판석에 고생해준 bk야 고맙다..!









Instagram : mendolong_hostel

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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