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 햇볕이 좋던 오후.
예상치 못한 뜻밖의 편지가 한 통 배달되었습니다.
국제우편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편지 한 통이었어요. J와 나는 '누가 보낸 거지?' 의아해하며 봉투를 열어보았습니다.
바른 글씨로 또박또박 주소가 적힌 편지봉투 안에는 그림엽서 두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한 장에는 배낭여행객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뒷장에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한 장에는 우리 집 마당과 그 안에 있는 J와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편지가 적힌 엽서를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작년 이맘때쯤에 우리 집에 다녀간 홍콩에서 온 손님이 보낸 편지였어요. Joy는 혼자 제주를 여행하는 여행객이었어요. 비록 하룻밤이지만, 집에 대해, 여행에 대해, 이곳에서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 Joy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고, 그 이야기들을 엮어 책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우리 부부의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고 하네요.
뜻밖의 그림엽서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게 어찌나 마음을 울리던지요.
Joy가 바라본 우리 집의 모습이 이러했구나. 그 속에 나와 J의 모습을 이렇게 예쁘게 그려주었구나.
그림의 오른편은, 공사 시작 전에 집 앞에서 남겨두었던 흑백 웨딩사진을 그렸고,
왼편에는 Joy가 다녀갔을 때, 봄이 한창이던 우리 집 마당의 모습을 그렸더군요.
돌길에 하나하나 눌러 넣었던 조약돌들, 지붕 처마에 그렸던 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그려주어서 더 놀라웠습니다.
집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에 J와 나눴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진동을 준다면 그야말로 짜릿하겠지. 오늘 우리가 하는 일들이 누가 알든 모르든,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전해지고 영향을 준다면, 우리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맞아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 하나하나는 세상 어딘가에 분명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어느 봄날 오후에 날아든 뜻밖의 그림엽서를 통해 문득문득 깨닫고는 하지요. 가끔은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우리를 그림으로, 글로, 사진으로 혹은 노래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조금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마음이 울렁거리는 5월 첫날의 오후였습니다.
제주 모슬포 낮고, 자그마한 옛집.
활엽수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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