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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Nov 23. 2015

멋있고, 재미있고, 낭만적인 일?

집 공사의 절반은 미장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혹자는 제주에서 농가주택을 구해, 살 집을 손수 고치고 있다고 하면,


 오- 멋있다. 재미있겠다-. 낭만적이네!


하고 가벼운 반응을 보이곤 한다. 과연 이 일이 정말 멋있고, 낭만적이고, 재미있기만 할까?  물론, 자기가 살아갈 공간을 손수 맘껏 고치고,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나와 J처럼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요정이라도 나와서 뾰로롱- 요술방망이로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추운 겨울날 땀 뻘뻘 흘릴 만큼 힘든 일들도 해야 하고, 검은 먼지를 마시며 온 몸에 흙먼지를 뒤집어 쓰는 일도 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공사를 시작하고부터  살아생전 절대 친해지지 않을 것만 같던 분야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로 노가다(막노동을 뜻하는 현장 언어..)이다. 삽질이 절대 팔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허리를 써야 한다는 걸 알아가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시멘트를 잘 반죽할 수 있는가 하는 것들 말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화장품이 무엇인지, 가격은 얼마인지는 몰라도 벽돌이 한 장당 100원, 브로쿠(블럭)가 한 장당  1,000원이라는 건 알았다. 예쁜 옷을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는 몰라도 시멘트가 한 포에 7,000원, 레미탈(시멘트와 모래가 섞여있는 작은 포대)이 한 포에  5,000원이지만.. 시멘트와 모래를 사서 직접 반죽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과연 '멋있다. 낭만적이다. 재미있겠다.' 라며 마냥 부러워할 수 있는가 하는 말이다. 


 실제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공사하면서 가장 많이 한 작업이 바로 '미장'이 아닐까 싶다. 바닥 기초 미장부터 벽돌 조적 미장, 창문 틈새 사춤 미장까지.. 우리는  끝없이 시멘트와 모래를 사다 나르고, 반죽하고, 발랐다. 나는  끝없이 믹서 드릴을 돌려가며 반죽했고, J는 점점 요령이 생기면서 미장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어느 날은 유투브로 미장하는 미장공 아저씨들의 작업 동영상을 하루 종일 보기도 하며 열의를 보였다. 이번에 우리가 할 작업은 벽돌 조적이었다. 안채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공간을 나누어 만들기로 했는데, 뻥 트인 물부엌에 벽돌을 쌓아 올려 샤워실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한 기초적인 설비공사는 마무리된 상태이고, 이제 벽돌을 쌓을 차례였다.




집 공사의 절반은 미장

(3.12 ~ 13 안채 샤워실 벽돌 조적 / 3.21 샤워실 미장 마감)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벽돌 나르는 일을 도와주고 간 J의 후배 현민


  조적을 위해 벽돌 한 Pallet (약  720장)를 주문했다. 바깥채 쪽 큰 도로에 내려주고 가셨는데, 벽돌 양이 어마어마하다. 마침 우리 집에 놀러 온 J의 동아리 후배(정우와 현민)가 고생하여 벽돌 720장을 모두 안채 안으로 옮길 수 있었다. 공사를 하는 동안 많은 지인들이 다녀갔는데, 와서 조금씩 거들어준 일들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매일 둘이서만 일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북적북적이며 일을 하면 기분이 조금은 들뜨고, 힘을 얻기도 했다.


벽돌조적을 시작하기 전

 조적 시작. 먼저, 얼마 만큼의 공간이 필요한가 계산하고 그에 맞춰 벽돌을 쌓아 올린 면 된다. 시멘트 반죽을 해서 한 장 한 장 반죽을 얹어 벽돌을 계단식(혹은 지그재그식)으로 쌓아 올린다. 물론, 한 장 한 장 쌓아가며 벽의 수평과 수직을  중간중간 체크해야 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작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  만들어진다. 


벽돌조적 ing


고뇌하는 J가 아니라, 똥(누는) 폼 잡는 J

 샤워실 옆 쪽에는 화장실 변기를 앉힐 부분이다. J는 연습해봐야 한다며 변기 배관 위에 앉아 똥폼(?)을 잡는다.


 





 


  며칠 후, 쌓아 올린 벽돌은 탄탄하게 굳었고, 몸에 힘을 잔뜩 주어 기대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성공적이다! 사실, J도 나도 이렇게 벽 전체를 조적 하는 건 처음이라 (작은 면적의 조적은 바깥채 공사할 때 했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탄탄하게 굳었으니 마감 미장을 할 차례이다. J는 미장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더니 이제 어느 정도 기술도 생긴 모양이었다. 흙손을 이용해 반듯하게 마감을 하는 모습이 흡사 미장공이었다.

 이쯤.. 와서는 집 공사의 절반이 시멘 미장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도 해야 할 미장이 한참이나 많이 남아있었다. 시멘트 가루의 역한 냄새와 피부에 닿아 쓰라린 것은 정말 곤욕이었다. 커다란 다라이(?)에 시멘과 모래를 잔뜩 붓고 물을 넣어 반죽하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시멘 반죽을 한 날이면 다음 날 두 팔이 모두 빠질 것만 같았다. 어서 미장이 모두 끝나고, 다른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Instagram : mendolong_hostel

Blog : http://blog.naver.com/dab_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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