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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 Nov 24. 2015

좀 더 따뜻한 겨울을 위해

튼튼한 나무를 위해서 / 사서 고생의 달인

느리지만 나태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재미있지만 시끄럽지 않고, 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삶을 위한 공간 만들기.





튼튼한 나무를 위해서 : 스테인 작업

(3.17 서까래. 대들보 스테인 작업)

서까래와 대들보에 묻은 먼지들을 마른 걸레로 닦아낸다.

 천정의 대들보와 서까래에 스테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우드스테인은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색을 입혀주고,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해주는 마감재이다. 예전에는  오일스테인뿐이었지만, 요즘에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성 스테인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나무에 스테인을 칠해서 전체적으로 색감을 조금 예스럽고 가볍지 않은 톤으로 만들기로 했다. 공사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나는 고가구의 색을 정말로 좋아한다. 의레 나무는 그런 오랜 색을 가지고 있어야 더 따뜻하고, 좋은 느낌을 풍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스테인은 던-에드워드사의 수성 우드스테인 'TTW-180 HAMPTON OAK'이다. 오래된 가구 즉, 고가구의 느낌과 색을 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준비한 스테인을 붓으로 슥슥 발라준다.
파란색 작업복이 생기자마자 신나서 입고 작업..을 하다가 스테인 범벅을 했다.


 우선, 깨끗한 마른 걸레로 나무의 표면을 닦아 먼지를 털어낸다. (페인트, 스테인 작업에는 표면에 묻은 것들을 닦아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J가 먼저 마른 걸레로 먼지를 닦아내고, 내가 붓으로 스테인을 슥삭슥삭 발라주었다. 얼마 후, 스테인이 나무에 충분히 스며들면 마른걸레로 표면을 닦아낸다. 스테인 작업 후, 서까래 색이 살짝 붉은 감이 돌고, 좀 더 짙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작업들에 비해 비교적 쉬운 작업이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천정 작업은 허리, 어깨, 팔의 통증을 수반한다. 

스테인 작업 후, 옛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대들보와 서까래






사서 고생의 달인 : J표 사춤 총

(3.17 창문 시공 / 3.20 창문 틈 사춤 작업)


 안채의 창문들은 대부분의 옛집들이 그러하든 '알루미늄 샤시+나무창문' 으로 되어있었다. 사실, 안채 건물을 고치는 데 최대한 돈을 적게 써야 했던 우리는 새 창문을 다는 데 꽤나 큰 돈이 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원래 있던 창문으로 버텨볼 요량이었다. 실제로 바로 옆집 할망네도 우리 안채처럼 '알루미늄 + 나무' 창문인데, 오랜 세월을 잘 살고 계시지 않은가? 많은 시골에서 그러하듯, 동네의 많은 집들이 옛날의 창 그대로 여러 세월을 나고 있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손님을 받는 집이고, 무엇보다도 따듯한 곳 (사실 공기가 따뜻하다는  것보다는 분위기를 뜻했던 거지만..)을 만들겠다고 '맨도롱또똣'이라는 이름을 지어놓고는 추운 집을 만들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샤시가 도착했다. 창문을 달기 위해 창을 설치할 자리를 정리한다. 


 창문은 검은색으로 하고 싶어 알아보니, 불소 도장(?)을 하는 것은 30%, 시트지를 입히는 것은 10% 정도 더 비싸다고 해서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시트지를 입혀 주문했다. 창틀을 시공할 때에도 수평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집 공사할 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수직, 수평을 잘 맞추는 게 아닐까 싶다. 창문 시공할 때에도 수평이 맞지 않으면 창문이 잘 닫히지 않거나, 잠기지 않을 수 있다. 의외로 와꾸(유리삼춘이 '창틀'을 '와꾸'라고 부르셔서..)를 시공하는 것은 간단했다. 수평자를 올려 놓고 수직 수평을 봐가면서 피스로 고정하면 끝이다. 하지만, 창문 시공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이다. 보통 창문 시공을 의뢰하면 창틀을 시공해주고 창문이 잘 닫히는지 보면 시공업자의 역할은 끝이다. 처음에는 '으잉? 이게 뭐지..? 우리더러 어쩌라는 거지..'하며 당황했지만, 이제는 당황하지 않는다. 우리는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창문을 시공하면 벽과 창문 와꾸(틀) 사이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틈을 시멘트나 우레탄 폼 등으로 메꿔야 하는데, 이를 '사춤'이라고 부른다. 이 작업을 신경 써서 잘 하지 않으면, 집에 웃풍이 드는 것이다. 사춤 작업을 위해 나는  또다시 시멘을 반죽한다. 반죽이 완성되면 본격적인 사춤 작업이 시작된다. 보통은 틈이 작은 부분은 '사춤 총' (실리콘 총의 실리콘 대신 시멘트를 넣어 쓰는 장비라고 생각하면  쉽다.)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작업한다. 하지만 J는 언제나 쉽게 가지 않는다. 무슨 오기인지.. 사춤 총은 끝내 사지 않더니

잠깐만 기다려봐!!


하더니 나무 쪼가리들을 주워와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J는 나무 쪼가리들로 나무 사춤 총을 만들었다. 내 남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어쨌거나, 우리는 J의 사춤 총을 이용해서 모든 창문의 사춤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쯤에서.. 시중에 파는 사춤 총은 도대체 얼마일까.. 궁금해진다.)

J표 사춤총의 활용법. 하하 우린 참 아날로그다. 

그렇게 창문 시공이 모두 완성되었다. 남자화장실의 창문 완성 후의 모습이다. 앞의 자그마한 나무는 마당 미장할 때 뽑지 않고 살려두었더니,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기특한 놈. 

 창문만 바꿔 달았을 뿐인데, 100살 먹은 집이 새 집 같아 보인다. 좀 더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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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서쪽 조용한 마을 모슬포에 '민박 맨도롱또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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