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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희망 사이, 나는 여전히 꿈꾼다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는 삶의 이유

by 다복퀸

어릴 적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체적인 직업을 떠올리진 못했지만, 마음만은 분명했다.

크면 엄마 아빠에게 맛있는 것을 마음껏 사주고 싶다는 것. 그것이 내 꿈의 시작이었다.


7살,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도내 시험을 잘 봤다고 선생님이 나를 데리고 가서 짜장면을 사주셨다.

그 한 그릇의 짜장면이 내게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순간이었다.

어깨가 으쓱했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자랑할 수 있어 더 뿌듯했다.

수학, 과학을 좋아하던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더 좋아했다. 선생님들의 영향이 컸다.

수학 선생님은 항상 깔끔하고 멋진 옷차림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늘 반짝였다. 과학 선생님은 열정적이셨다. 노래 가사를 바꿔 과학 내용을 불러주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멋진 사람, 다정한 사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좌절을 겪고,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자신만만한 아이는 어느새 사라졌다.

자신감은 줄었고, 때때로 실패 앞에서 우울해졌다. 자존감이 무너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고, 앞으로의 삶을 궁리하며,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했다.

내세울 만한 성취가 없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고, 때때로는 그런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꿈이란 꼭 이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을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이 된다.


꿈이라는 단어는 오묘하다. 쉬운 듯 어렵고, 손에 잡힐 듯하지만 쉽게 흩어진다.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가도 멀리 달아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안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 힘을 준다는 것을.

이룰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꿈꾸는 순간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꿈꾼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궁금해하고, 배우고, 시도한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꿈을 갖고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

실패해도 괜찮다는 태도.

세상 속에서 배우고 새로움을 알아가는 기쁨.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 나는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흔들린다는 건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증거다.

언젠가 어떤 모습으로든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꿈꾸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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