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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물든 시간, 우리가 함께 있는 풍경

평범한 하루에도 고마움이 스며드는 시간

by 다복퀸

노을이 질 무렵, 아이들과 산책을 나왔다.

붉고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이 유난히 예뻤다.

아이들은 앞서 달리며 “엄마~엄마 하늘 봐요. 하늘이 빨갛게 되었어요!” 하며 소리쳤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었다.

마치 하늘이 하루를 조용히 덮어주는 것처럼, 따뜻한 색으로 번지고 있었다.

첫째는 휴대폰을 꺼내 하늘을 찍었다.

그 곁에서 남편도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본인을 찍는 것도 즐기지 않던 사람인데

오늘의 하늘은 남편의 마음에도 닿았던 걸까.

아이와 나란히 서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올해 들어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둘째와 셋째는

초록빛 나무 사이로 자전거를 쌩쌩 몰고 나아갔다.

그 뒤를 막내가 씽씽카를 타고 바짝 뒤따라간다.

“기다려! 너무 빨라!”

서로 챙기며 달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저녁 공기를 따라 퍼졌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바람소리,

풀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노래가 된다.

우리 가족이 평소와 다름없이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남편과 딸들은 저녁거리를 사러 동네 마트에 갔다.

그 옆 놀이터에서 아들 둘은 나란히 그네를 타고 있다.

나는 그네 줄이 그려내는 리듬을 바라보며

한껏 즐거운 목소리를 들으며 글을 쓴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이루지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참 좋다.


바람은 부드럽고, 노을은 따뜻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평화롭다.

살다 보면 고민이 많고,

마음이 무거워서 웃음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오늘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노을이 물든 하늘, 나란히 서 있는 가족,

그 안에서 미소 짓던 나 자신을.

오늘의 노을은 잠시 후 사라지겠지만

이 순간의 평화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고민과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이 행복함으로 오늘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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