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엔 뿔이 나도 결국엔 웃게 된다.
머리에 뿔이 솟아.
But I love it.
심장은 대혼란.
But I love it.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노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가끔 이 가사가 번쩍 떠오른다.
아이 넷과 함께 하는 내 일상에 꼭 들어맞는 문장이다.
화가 나서 뿔이 났다가도,
행복해서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
결국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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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평화로운 시간 내가 말 한마디를 던진다.
“나가볼까? 날씨 좋은데 바람 좀 쐬고 오자.”
순식간에 반응이 쏟아진다.
“어디요?”
“갑자기요?”
“귀찮은데…”
“오~ 좋아요! 어디 가요?”
한 번에 진행되지 않는다.
누구는 들떠서 뛰어다니고,
누구는 이불속에 파묻히고,
누구는 왜 미리 말 안 했냐며 투덜거린다.
아이 넷, 성격 넷, 반응 넷.
가정의 토론회가 열린다.
“나가면 재밌잖아. 너희도 좋아하잖아.”
“그래도 집이 좋아요…”
“그래, 집도 좋지만 햇빛도 봐야지! 뛰어놀아야 해”
나는 일단 설득 모드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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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타협을 보고 나면 이제 옷 고르기 전쟁이다.
“뭐 입어요?”
“이 바지 작아요!”
“위에는 뭐 입어요?”
“양말 한 짝이 없어요!”
양말… 또 그 녀석이다.
언제나 마지막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
집안 어딘가에는 분명히 블랙홀이 있다.
“빨리 찾자~”
“없어요!!”
“그럼 그냥 다른 거 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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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한 명이 후다닥 준비를 마치면 칭찬부터 한다.
“와, 준비도 빠르고 엄마 지치지 않게 해 줘서 고마워!”
이 말 한마디에 나머지 세 명은 갑자기 경쟁심이 생긴다.
“나도 다 입었어요!”
“나는 벌써 다했었어”
외출 준비는 늘 쉽지 않다.
겨우 신발을 신고 현관에 나가려는 순간,
“엄마, 나 화장실…”
이 말이 나오면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한 명이 들어가면, 꼭 또 한 명이 따라간다.
“나도…”
“나도…”
화장실 문 앞에 대기줄이 생긴다.
미리 다녀오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이런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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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두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차에 탑승.
출발하자마자 재잘재잘, 노래를 흥얼거리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셋째와 넷째가 금세 잠든다.
앞 좌석에선 남편이 “드디어 조용하네” 하고 룸미러로 아이들을 살핀다.
나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이 고요가 정말 소중하다. 경치도 참 예쁘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방금까지 “귀찮아”를 외치던 얼굴은 사라지고,
바다를 보고 “와!” 하며 달려 나간다.
모래놀이, 물놀이, 뛰고, 웃고, 부르고, 장난치고…
바람과 파도 소리에 아이들의 웃음이 섞여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음악이 된다.
저렇게 좋아할 거면서
왜 매번 집에서는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걸까.
이게 바로 부모의 숙제다.
나갈 땐 전쟁, 놀 땐 천국, 돌아갈 땐 다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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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자~!”
“싫어요! 조금만 더!”
“지금 안 가면 막혀! 늦어.”
“조금만~ 진짜 조금만~”
목이 아프도록 부르고 나서야 하나둘 돌아온다.
한 명 부르면 또 한 명이 사라진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이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
차 안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다시 잠든다.
나는 조용히 웃는다.
오늘도 머리에 뿔이 났다가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힘들었지만, 역시 But I lo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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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게 다 그렇지 않을까.
어수선하고, 정신없고, 웃기고, 힘들고,
그래도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버텨간다.
가지는 많고, 바람은 불지만,
그 바람이 있기에 나무는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나무 아래에서,
나는 오늘도 시끄럽고 사랑스러운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