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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잠시 멈춰 선 밤

흐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있다

by 다복퀸

캄캄한 밤하늘에 박힌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불빛들이 조용히 숨 쉬는 듯 반짝였다.

그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하루의 분주함도,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들도

모두 멀리 밀려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오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늘 아이들 소리에 둘러싸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일을 하며 종종 거리다 보니

조용하게 멈춰 있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

항상 누군가를 챙기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조차 ‘다음 할 일’을 떠올리며 보냈다.


설거지, 빨래, 글쓰기, 블로그 정리…

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밤이 되어도 손은 멈추지 못하고,

몸이 멈춰도 마음은 여전히 달린다.

TV를 보면서도 다음 일을 생각한다.

“이건 내일로 미루지 말자.”

스스로를 다그치며 오늘의 마지막을 보내곤 한다.


그런데 오늘 밤, 문득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별들이 고요히 반짝이고 있었다.

깜깜한 하늘 속, 그렇게 작고 멀리 있는 빛이

이토록 선명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왜일까.

그 작은 불빛을 볼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게 뭉클해진다.

“와, 예쁘다.”

숨이 트인다.

마치 그 별빛들이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다.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구나.

언제든 내가 올려다볼 때를 위해

조용히 기다려준 것 같다.


어릴 때는 별이 그저 예쁘고 반짝여서 좋았다.

그저 그 존재만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지금의 나는, 그 빛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괜찮아. 조금 쉬어도 돼.”


별은 여전히 반짝인다.

내가 지쳐서 눈을 감고 있던 시간에도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보며 다짐했다.

그래, 나도 반짝일 거야.

조금 늦더라도, 조금 불안하더라도,

내 자리에서 다시 빛을 내면 되는 거야.


밤하늘의 별들은 멈춰 있는 듯하지만,

사실 끊임없이 빛을 내며 존재하고 있다.

그 모습이 꼭 나 같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멈춰 선 듯해도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누군가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빛을 내고 있다.


별빛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빛을 보며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오늘의 나는, 잠시 멈춰 선 시간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고요했고, 따뜻했고,

묵묵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은 조금 멈춰도 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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