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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y 07. 2020

직장에서 딴청 피우는 사람

좀 한가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감

나는 오늘도 직장에서 딴짓을 했다. 그리고 어제처럼 상사에게 들켰다. 웃으며 "바쁘세요?"라고 했다. 왜 바쁘게 일할 땐 관심도 없더니만, 한숨 돌릴 때(예를 들면 몽쉘 봉지를 이제 막 뜯었을 때) 바쁘지 않은 나에게 바쁘냐고 묻는지. 그는 난 바쁜데 넌 한가해 보이니 내 일 좀 네가 대신해달라는 말을 네 글자에 함축했다. 잠시 고민했다가 못한다고 했다. 내 할 일이 있어 네 일까지는 못한다고 했더니 미간이 구겨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정말 바쁠 예정이었으니깐.

상사가 보고 있지만 할 일이 없을 때 (숫자 키보드 누르는 거 필수)

구름 한 점 없는데 아무 일 없는 모니터 앞에 앉아있기란 무척이나 곤욕스러웠다. 건물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와서는 잠시 눈을 감고 긴 생각을 했다.(잔 거 아님 존 것도 아님 아무튼 아님) 아침을 먹지 않아서 집중이 안되나 싶어서 몽쉘 하나 뜯었을 뿐이다. 2시간을 멈추지 않고 일했다. 난 동료들 혹은 상사들의 생각보다 계획적이고 철저한 사람이다. (몽쉘도 계획에 있었음 ㅎ^^ㅎ) 어제 적어둔 5가지가 넘던 '오늘의 할 일'을 2시간 만에 해치우고 맞이하는 고요함이란 아주 짜릿하다. 그것도 모르면서 흥.


나 이런 거에 희열 느끼는 사람인뎅...


하다못해 그 잘난 컴퓨터도 부팅 시간이 필요한데, 사람은 오죽하겠나. 열심히 머리 굴리기 전에 잠시 부팅하고, 일을 끝내고 잠깐 열기를 식히는 시간이 있을 뿐이다. 그 순간을 목격했다면 '오늘 저 녀석 열일하겠구만' 혹은 '얼마나 열일했으면 벌써 저리 여유로울까'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으면서도 '쓸 데 없이' 400번 젓는 게 유행이 되는 나라의 국민인데 어련히 하겠지 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좀 한가할 수도 있다. 당신이 한가할 동안 내가 바쁜 적이 있었고, 내가 쉬는 동안 당신이 일할 수도 있는 거다. 혼못죽(혼자는 못 죽는다)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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