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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r 21. 2022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쓰는 너에게

그날의 감정 - 만족스러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쓰는 너에게


  안녕, 나는 평범한 브런치 작가야. 가끔은 내가 어떻게 브런치에 한 번에 통과가 됐을까 싶을 만큼 게으른 글쟁이지. 오늘은 바빠서, 오늘은 아파서, 오늘은 또 피곤해서 자꾸 작가의 서랍만 만지작거렸지. 그래도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자꾸 글을 쓰려고 노력했어. 정유정에 꽂혀서 소설도 써보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마다 시 같잖은 시도 써봤어. 결과는 뭐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별 게 없었지. 


  그러니까 미리 말해두지만 네가 베스트셀러 작가나 인기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내 편지가 별로 도움되지 않을 거야. 




  게으르다고 편한 건 아니야. 남은 건 불안하고 허전한 마음뿐이었어. '내가 정말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면 정말 쫄쫄 굶어 죽었겠구나. 이만큼의 재능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구나.' 하는 그런 못난 마음들 있잖아. 근데 누굴 탓할 수 없어. 형편없는 소설도, 주절거리는 시도, 울적한 소리만 늘어놓는 에세이도 전부 내가 쓴 거니까! 내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쓰는 걸. 


  그래서 생각했어. '아, 사람들이 볼 만한 글을 쓰자!'


  참 어이도 없고, 멋도 없는 해답이지. 정확히는 내 색깔을 가지고 싶었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를 표현하고 싶고, 그 표현이 나만의 것이길 원할 거라 생각해. 내 생각을 들은 내 동반자가 그러더라. 


  '편지 어때?'


  참 질투 나게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야. 어쨌든 소설이나 시만큼 구미가 당겨서 해보기로 했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너무 어려웠어. 오글거리기도 하고. 근데 늘 쓰던 에세이랑은 조금 다른 게 있었어. 에세이는, 아니 사실 그냥 일기는 나쁘게 끝내도 되는데 편지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 끝이 나쁜 편지는 초등학교 1학년이 짝꿍에게 보내는 저주의 편지 같은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그 속에서 좋은 감정들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처음엔 그게 가짜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럼 그렇지. 끈기가 있으면 내가 아니지.'라고 그만둬야지 했어. 그런데 말이지. 약속을 미룬 친구가 밉지 않고, 가난을 미워하지 않는 내가 조금씩 보이고, 글을 업으로 삼지 않아도 여전히 쓰고 있단 거에 만족하고 있는 거야.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고 어이없고 너무 이상적인 거 알아. 무슨 편지가 '비비디 바비디 부'도 아니고. 몰라. 근데 돼. 말하는 대로 다 되는 건 아닌데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 아으. 




  나는 아직도 이렇게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써. 누가 이런 헛소리 꿈소리 하는 것 같은 이상한 편지글을 읽겠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지금이 조회수가 10000이 넘었던 글을 썼을 때보다,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썼을 때보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워. 사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기보다 글을 쓰는 내가 좋은 가봐. 


  나는 네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쓴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아님 글을 쓰는 너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어. 꾸준하지 않아도 돼. 잘 쓰지 않아도 돼. 삐뚤빼뚤하고 느린 글 속에서라도 무언가를 찾는 날이 온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해.


  우리 계속 글 쓰자!


인생은 산책이래


2022년 3월 21일 

사람들이 보지 않을 만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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