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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Apr 21. 2022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너에게

그날의 감정 - 답답함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너에게


 안녕 나는 너야. 괜스레 슬픈 음악을 들으며 감정의 이유를 찾고 있어. 아마 과학적인 이유는 생리 호르몬이겠지만, 마음의 이유는 때마다 달랐어서 혼란스럽지. 알아. 지금은 글을 쓸 힘도 없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도 나는 꾸역꾸역 글을 써. 언젠가는 네가 호르몬에게 이기길 바라면서 말이야.




  요즘 참 사는 게 재미없지? 긴장의 연속이던 일도 이젠 손에 익고, 누군가 너를 괴롭히지도 않고, 벌이는 나아지질 않는데 사고 싶은 건 여전히 많고, 맥주를 마시는 것도 즐겁지 않으니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평온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이 너에게는 위기처럼 느껴지니까 말이야.


  넌 이미 답은 알아.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너는 '내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지.'하고 생각하면서도 꼼짝없이 자리에 누워 쇼핑앱이나 뒤적이고 있지. 통장 잔고를 쉼 없이 확인하면서 좌절하고 말이야. 그럴 땐 글을 쓰면 될 텐데, 노트북 앞에 앉기가 왜 그렇게 귀찮은지. 너는 글쓰기조차 귀찮아하는 네가 무얼 할 수 있겠냐고, 결국은 네 탓이라고 해.


  얼마 전에는 친구들끼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더라. 이제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도 가고, 콘서트도 가고, 전시회도  거라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날 거라고.  뭐할 거냐는 질문에  입술은 어색하게 옴짝달싹하더니 '싫어한다'라고 대답했어. 여행도, 콘서트도, 전시회도, 자연도 모두 싫다고. 그냥 집에서 편히  거라고. 사실은  해보고 으면서. 너는 여 제약 때문에  가는 거면서 자존심을 세우는 네 자신을 싫어해.


  너는 취미를 묻거나 잘하는 걸 묻는 걸 참 싫어해. 끈기도, 솔직함도 없는 네가 참 싫어서 그렇지. 누군가는 세상이 가혹하니 나 자신이라도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야 한다고 위로해줬어. 배배 꼬인 오늘의 너는 그렇게 나태해져서 숨벙숨벙 가라앉는 나를 어떻게 관대하게 바라보냐며 울고 있어. 그래서 나는 멀리 있는 네가 되어보려고.




어두운 하늘의 너에게 빛을 보내줄게


  우는 건 나쁜 게 아니야. 내가 싫은 날도 있는 거야. 답답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 거야. 해피엔딩은 사람들에게 환대받지만 새드엔딩이어도 의미 있는 내용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참 멋진 작품이잖아. 물론 개인적으로 네 삶이 해피엔딩면 좋겠지만 너의 모든 내용들을 응원해. 나의 응원으로 너의 내용들이 의미 있어지면 좋겠다.


  호르몬 욕하면서 잘 자 !


2022년 4월 21일

취미가 없다고 대답하길 바라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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