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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Aug 27. 2022

코로나19, 두 번째여도 아픕디다

지독스러운 코로나 재확진 일기

  목이 잠겼다. 단수된 수도꼭지가 된 것 같았다. 설마. 3월 확진 후 버릴까 했던 자가키트를 꺼냈다. 면봉이 뒤통수에 닿을 때까지 넣고 휘휘 저었으나 음성이었다. 내게는 다행이 아니었다. 확진 경험상 '확신'이 든다. 나는 병원에 갈 증거가 필요했다. 자가키트를 하나 더 꺼냈다. 이번엔 면봉으로 목젖을 제야의 종처럼 쳤다. 몇 번의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검사 결과를 본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확진이었다.


격리는 이제 전문가지...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인증을 받았다. 능숙하게 필요할 약들을 처방해달라 요청하고 직장과 최측근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집에 돌아왔다.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몸은 멀쩡했다. 목이 잠긴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 참에 입은 먹는 데만 쓰며 푹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나만의 희망사항이었다.


  갑자기 배가 구륵거리기 시작하더니 식은땀이 줄줄 났다. 화장실에서의 결과는 참담했다. 열이 나서 그러나 했는데 체온은 정상이었다. 그걸 시작으로 내 몸은 자판기가 되었다. 동전을 넣든 지폐를 넣든 상관없이 같은 음료만 나오는 멍청이 자판기.. (꽤 더럽...) 집에 있던 지사제를 먹어도 지사제도 그대로 배출됐다. 맛난 걸 먹어야 하는 입은 흰 죽만 받아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의외로 엄마가 쑨 흰 죽은 꽤 맛있다. 찹쌀을 센 불에 태우듯 볶고 1시간을 정성껏 끓이면 누룽지맛이 난다. 나는 한 가지 음식을 오래 먹는 데 재능이 있어서 하루 종일 흰 죽을 먹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틀을 흰 죽을 먹어도 배 속의 천재지변은 끝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정말 죽겠다고 했다. 주사를 맞고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오는데 '와, 지금이 119를 불러야 하는 시점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이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새에 집에 도착해있었다. 내 다리가 기특했다. 


  삼일을 내리 흰 죽을 먹으니 잠을 자다가도 깼다. 배가 고파서 말이다. 몸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고 기립성 저혈압은 더 심해져서 앉아 있다가 일어나기만 해도 낙법 연습을 해야 할 참이었다. 목이 아픈 걸 느낄 기운이 없는 정도였다. 죽, 약, 화장실, 죽, 약, 화장실의 굴레에서 벗어난 오늘 나는 반성을 한다.


  1. 코로나는 또 걸릴 수 있다. 

    : 기확진자는 재확진 확률이 낮다니 격리가 해제되는 날 복권을 사러 갈 참이다.

  2. 재확진되면 색다르게 아프다.

    : 첫 확진 때는 누군가 내 몸으로 이불 빨래를 한 느낌에 인두로 목을 지진 느낌이 절반이었지만, 재확진 때는 머리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느낌과 장트라볼타였다. ^^...


  정말 건강이 최고다...

죽 먹는 동안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아이스크림... 드디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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