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보일 Nov 28. 2022

내가 어때 보이냐고 묻고 싶은 너에게

그날의 감정 - 답답함

내가 어때 보이냐고 묻고 싶은 너에게


  안녕. 나는 네가 보고 싶은 너의 오랜 친구야. 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누군가 그랬어. 어떻게든 잊고 살아가게 될 거라고. 나는 그 사람의 말을 한동안 미워했어. 너를 어떻게 잊냐고 말이야. 근데 정말 그래 버렸어. 네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또 어쩌면 변명 같겠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너무 고달팠어. 그래서 너를 잃은 아픔은 생각보다 빨리 가셨어.


  그런데 내 스스로가 참 얄밉게도 말이야. 이렇게 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지나간 시간들이 자꾸 후회되는 날에는 네 생각이 나.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너는 내가 '독하다'고 했어. 나는 너의 그 말이 밉지 않았어. 오히려 정말 고마웠지. 내 삶이 누군가에게 치열해 보이는구나. 잘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그런 나를 지켜봐 주는구나. 그 당시의 나는 확인받지 못했거든.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야. 너의 말은 나의 정체성이 되었어. 뭐든지 치열하게 해냈지.


  너는 내가 좋은데 나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고 했어. 애석하게도 나는 결핍이 많은 아이라 다른 사람의 애정을 곧이곧대로 받질 못해. 자꾸 의심하고 확인하려 들지. 너는 너의 '아낌'을 몰라주는 나의 마음까지 안아줬어. 그래서 나는 여태 너를 참 좋아해. 


  나는 그래서 지금 치열하게 살아온 대가를 누리고 결핍된 마음을 인정하며 살고 있어. 엄마를 편안히 해주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흔들리지 않고 직업으로서의 커리어도 조금은 생겼지. 참 안정된 삶이야. 그런데 어째서 나는 오늘 이렇게 답답한 걸까? 상을 받아도 하나도 기쁘지 않아. 돈이 생겨도 배부르지 않고, 엄마가 웃어도 따라 웃질 못해. 사람들을 만나도 심심하고 글을 써도 가슴이 뛰질 않아. 그냥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느낌이야. 




  이럴 때면 나는 스무 살로 돌아가. 네가 쭈꾸미를 먹으러 가쟀는데 난 지갑에 돈이 없었어. 우물쭈물하다 말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그런 내게 너는 왜 이제 말하냐며 화를 냈어. 그리고는 생일선물로 퉁치자며 쭈꾸미를 사줬어. 나는 부끄럽지 않았어. 네 앞에서는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았어. 그저 좋았지. 너하고 맛있는 걸 먹어서. 내게 화를 내줘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가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있어서. 


  거기서 보는 나는 어때? 아직도 독하니? 아직도 이런 내가 좋아? 아무 의심도, 이해()도 없던 네가 너무 보고 싶다. 정말.



2022년 11월 28일

너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내가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하기 어려운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