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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Oct 07. 2023

너와 나의 이십대에게

그날의 감정 - 울컥하는 마음

너와 나의 이십대에게


  우리는 긴 연애에서 졸업했다. 서로 미성숙할 때의 그 투박함이 좋았던 것이 이제는 너무 성숙하여 서운함으로 보였다. 그 과정에서 당신도 나도 너무 지쳤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노라. 당신과 열렬히 사랑했노라고 단언한다.


  가만히 누워 아침의 못난 얼굴을 보던 것도, 땀에 절어 에어컨 앞에 입을 벌리고 서있던 것도, 지나가던 사람들을 보며 우리만의 만담을 만들던 것도, 헤어짐이 아쉬워 팔이

아프게 자꾸 자꾸 손을 흔들던 것도. 몹시 사랑했던 증거였다.


  겨울이 되면 일본 여행을 가자던 약속은 공중에 아스라졌지만. 그 약속이 아프지 않을 만큼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당신을 미워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나의 젊음을 낭만의 세계 속에 살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구구절절 전한다.


  나는 아직 진흙발이다. 다리가 몹시 무거워 당분간은 당신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 속에 질척일테다. 그리고 바닷물이 밀려와 푹 잠기었다가, 헤엄도 칠 줄도 모르는 내가 허우적거림으로 빠져나올 테니 염려 말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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