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생각의 도미노
사건 1. 나는 슬플 때 글을 쓴다. 먹구름 속 비가 쏟아져야 하늘이 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계속 슬플 때만 글이 잘 써졌다. 그리고 그 슬픈 글은 수요가 없다.
사건 2. 반면에 행복하고 기쁠 때 혹은 벅차오르는 순간의 글은 쓰기 힘들다. 행복을 만끽하고 잡아두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 글을 쓸 때면 작은 바지를 입은 것처럼 속이 갑갑하다. 그런데 그런 글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긴 나 같아도 퍽퍽한 삶에는 고구마 같은 이야기보단 따뜻한 차 한 잔을 찾겠다.
사건 3. 한 달 넘게 글을 쓰지 않았다. 행복한 일이 없었다. 사실 기록할 여유가 없었던 것일 테다.
사건 4. 연말에 인스타그램에서 '불행만큼 행복에 민감해져야 한다'는 글귀를 봤다. 안다. 당연하고 좋은 말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연말이었다. 연말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너그럽게 한다. 그래서 저 글귀를 마음에 머리에 꼭꼭 새겨놓았다.
사건 5. <체인소맨>을 봤다. 남자주인공이 정말 병맛인데 명대사를 남겨버렸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상황을 바라며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더 나은 상황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행복하길 바라는 건 만인 공통의 소원이다.
사건 6. 이틀 전 페이스북에서 '행복저금통'이라는 걸 봤다. (이 정도면 메타가 날 도청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해서 저금통에 넣어두는 거다. 로맨틱하지만 귀찮았다. 그래도 하고 싶긴 했다.
사건 7. 어젯밤(1월 1일) 자기 전 '행복에 민감해지기'라는 목표가 자꾸 머리에 맴돌았다. 이걸 책으로 낸다면 어떤 제목이 좋을까 고민하다 '<행복성감대>는 너무 웃기잖아?'라고 생각하다 그냥 잠들었다.
사건 8. 오늘 '행복민감성'이라는 말이 있는지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했다. 근데 블로거 '너굴이'님이 쓴 <우울은 수용성, 행복은 민감성?>이라는 글을 봤다. 거기에서 인용한 책의 구절은 누워있던 나를 움직였다.
사건 9. 나는 <불행은 수용성, 행복은 민감성>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행복한 순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기록할 것이며, 불행한 순간에는 참지 않고 울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영감에 호들갑 떨 인스타그램 계정(@mem0__lee)도 만들었다. '영감 계정'에는 브런치의 재료가 될 수도 있을 헛소리들을 올릴 예정이다.
사건 10. 나는 해내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다시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