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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y 16. 2020

라이킷에 연연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작가 말고 글쓴이 할래요 엉엉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삶이 달라졌다. 작고 소중한 내 글이 더 이상 분풀이 수단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바로 '라이킷' 덕분이었다. 인스타그램 좋아요에 기뻐하는 관종인 나는 라이킷에도 똑같이 반응했다. 사실 인스타그램보다 더 짜릿했다. 험악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아무리 관종인 나라도 인스타 계정을 마음껏 공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브런치에선 오롯이 나의 글만 보고 라이킷을 해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좋아요 중독 = 라이킷 중독

덕분에 브런치를 시작한 첫 주는 새벽에 잠들기 일쑤였다. 누군가 라이킷을 눌러 알람이 뜨면 확인하지 않아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감사한 마음에 처음엔 매일매일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일기를 매일 쓰기란 여간 부지런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일 때문에, 거지 같은 체력 때문에, 약속 때문에로 합리화하며 하루 이틀 글쓰기를 미뤘다. 그러다 직장에서 계단을 오르다 힘든 느낌이 들더니 글쓰기마저 순간 숙제처럼 느껴졌다.


브런치도 결국은 내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채울 '수단'은 못 되는 건지 체념하려던 순간 스스로 아차 싶었다. 글을 쓰면 행복할 것처럼 동네방네 자랑했으면서 쪽팔리게. 라이킷이 다가 아닌데 브런치를 왜 '목표'로 삼았는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두 손을 키보드 위에 가만히 두기를 한두 시간이 지난 뒤에 나는 글쓰기 창을 닫았다. 워낙 자존심도 세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있으면 내가 제일인 줄 아는 일곱 살짜리 마음을 가진 나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지 않았다. 브런치는 내 글을 쓰고, 인정받는 창구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결국 나는 패배를 인정하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새로운 자극이 많았다. 논쟁과 토론을 좋아해서 어떤 글에 반박하는 글을 쓰고 싶기도 했고, 비슷한 경험을 재해석할 글감을 찾을 수도 있었다. 글을 잘 쓰려면 다른 사람의 글도 읽어야 한다던 말에 이제야 수긍했다. 곧이어  여전히 쿨하지 못한 내 눈은 다른 작가들의 '글'이 아닌 '라이킷'이었다. (속물 그 자체....휴;;) 질투 났다. '나도 저거 생각했었는데, 역시 선빵 필승인가...' 혹은 '저런 내용이 핫이슈인가' 하는 이태오만큼이나 찌질한 생각들이 사라지질 않았다.


찌질한 게 죄는 아니자나아아악!!!!!!

그 덕에 작가의 서랍엔 흉내내기 글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결국 발행하지 못한 건 내 글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아무도 봐주지 않던 블로그 글에 쓰던, 진짜 '다 같이 보는 일기장'이라는 내 색깔을 잃고 싶지 않다. 내 최측근의 말이 떠오른다. '작가' 말고 '글쓴이'하자. 엄청난 예술을 하는 것 같은 작가라는 이름 말고, 그냥 글을 쓴 사람. 험악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숨 쉴 구멍 정도로 두어도 충분하다고 찌질이 자아를 자꾸 다독인다.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 찰리 채플린


이 아저씨의 띵언이 다 맞는 말은 아닌데, 글쓰기에서만은 정답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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