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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y 14. 2020

예뻐 보이려는 게 어때서요

난 예쁜 게 좋은데요

얼마 전에 안경을 쓴 여자 아나운서가 예능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펼치는 모습을 봤다. 이런 문제에는 거의 항상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내 생각은 간단하다. 안경 써도 된다. 브라 차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남한테 강요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이들은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나를 가엾게 여기거나 훈수를 두려고 한다. 엄연히 따지자면 그것도 공격이고, 강요이다. 남의 생각에 잘 맞장구쳐주고는 뒤돌아서서 들릴락 말락 하게 욕하는 게 복수의 전부인 나는 일기장에나마 당당하게 외친다.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예뻐 보이려는 게 어때서요. 난 예쁜 게 좋은데요."


아뇨.. 그건 아닌데.. (쭈굴) 제 말 좀 끝까지 들어보세요....(쭈굴쭈굴)

이제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으려고 하는데 내 말이 불편하다면 그냥 생각이 다른가 보다 하고 넘어가 주면 된다. 왜냐면 나는 의외로 당신의 한 마디가 오래 두고 먹는 장조림이 되어 며칠은 곱씹어야 없어진다.



예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못 봤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옛말은 왜 생겼겠나. 우리가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정보가 시각적 정보다. 예쁜 건 먼저 눈에 띄고,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예쁘다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눈여겨보아야 할 정보가 그리 많다면 세상은 망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 예쁘다는 말을 건네기 전에 한참 고민했다. 혹시 불편할까? 내가 외모를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러다 결국엔 그 말을 꾹 삼켰다. 눈동자가 봄에 막 새 가지를 뻗은 연한 나무의 색을 닮았다는 걸 그 사람은 끝내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어떤 날은 용기 내어 말했다. 청량한 하늘색 원피스가 당신의 시원한 미소와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수줍었지만 그 사람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내 말로 단 몇 분간이라도 기분이 좋았으면 했다.


내가 그런 마음을 가져서 그런 건지 난 예뻐 보이고 싶었다. 내게 제일 잘 어울리는 색 립스틱을 사거나 체형을 보완하는 청바지를 사면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그걸 알아봐 주면 하루 종일 들뜬 마음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그런 것들이 눈치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남의눈을 너무 신경 쓰는 걸까? 남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내가 힘든가? 한동안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입고, 거울을 그만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다고 행복한 건 아니라는 걸 내 사진을 보고 알았다. 표정에 생기가 없었다. 어딘가 위축되어 보이고, 영 다른 사람 같았다. 나 원래 이렇지 않은데.


그래서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남의눈을 그럭저럭 신경 쓰며 예뻐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오늘 참 예뻐 보인다는 말을 듣거나 새로 산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으면 미소를 숨길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아직은 예뻐 보이기로 결정했다.


이상한 모자를 샀는데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부터 너는 예쁜 모자 d ' v ' b


예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눈엔 사랑스러운 패턴의 니트조끼가 엄마 눈엔 펑퍼짐하기만 하고 별로인 것처럼 말이다. 또 남들은 여주인공이 예뻐서 드라마에 심취하지만, 영 내 스타일은 아니라 드라마에 도저히 몰입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다. 그냥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좋은 건 입 밖으로 뱉되 나쁜 건 목안으로 삼키는 게 낫다는 점이다. 예쁘다는 말은 들어도 '평가질'정도로 끝나지만 못났다는 말은 아닌 밤중에 '벼락' 맞는 기분이랄까. 당신도 들으면 머리채 잡을 말이면서 굳이 뱉지 마라.


아 그리고 예쁘다는 게 잘한다거나 능력 있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예쁨은 내가 가장 먼저 받아들인, 알게 될 많은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해받지 않게 내가 느낀 예쁨을 전해주고 싶다면 내가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을지 오래 고민해라. 또 구체적으로 전해주는 게 좋을 듯싶다. 단순히 얼굴 예쁘다, 몸매가 예쁘다는 당신이 누군가에 따라 다분히 오해를 살 소지가 있음을 경험상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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