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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y 21. 2020

사서 고생하기를 좋아합니다

시작하고 후회하기의 달인

'브런치 북 만들기'를 클릭하고 나는 곧 다가올 내 운명을 직감했다. 오늘은 이거에 꽂히는구나... 한숨 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운명의 데스티니랄까. 어제는 브런치 북 표지를 손수 만드느라 평소보다 두세 시간은 늦게 잠들었다. 이면지에 사인펜으로 직직 마음대로 그렸다. 그림도 내 마음대로 안되네 하면서도 수십 번 그리고 버리고를 반복하다 그럴듯한 (내 눈엔 사랑스러운♥) 초안이 완성됐다. 휴대폰 어플로 스캔을 뜨고 그림판으로 대충 색칠했다.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 중에 혹시 금손이냐고 묻는다면 내 표지를 보여드리리.


그림 보고 너무 크게 웃지 않기 ....


그림을 봐서 알겠지만 나는 '사서 고생하기'를 좋아하는 변태이자 바보이다. 스키니 진을 안 사주는 엄마 덕에 집에 있던 통 큰 청바지를 고사리 손으로 수선했던 기억이 난다. 옆선이 틀어진 바지를 입고 뿌듯해하던 코찔찔이는 휴대폰 케이스 값 아껴보겠다고 투명케이스를 칠할 아크릴 물감을 샀다. 다들 예상했다시피 결과는 엉망이고 결국은 버렸다. 완전 바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걸 이 한 몸 바쳐 증명하는 것 같다.


성인이 된 지금도 열심히 증명 중이다. 귀도리가 유행하면 귀도리를 직접 떠서는 자랑스럽게 하고 다닌다. (엄마는 매년 버리기를 시도하지만 나는 매년 방어에 성공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네일 디자인을 보면 매니큐어를 넘어 네일 부자재 쇼핑몰을 뒤진다. 머리 자르는 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미용가위를 사서 머리를 듬성듬성 자르고, 살이 쪘다 싶으면 유튜브에 홈트레이닝 영상을 찾아 집 안에서 헬스장을 차린다. 얼마 전엔 슈크림빵을 만들었다가 큰 코 다쳤지만 또 만들 생각이 드는 나를 이해할 수 없지만, 웃기고 좋다.


슈크림빵이 원래 이런 맛...? 제정신입니까 휴먼?

사서 고생하기의 장점을 굳이 찾아 나를 합리화하자면 넓고 얕은 지식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얻는다. 옷 수선을 하면서 줄일 수 있는 바지와 줄일 수 없는 바지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슈크림빵이 하나에 1500원인 것이 그저 고맙다. 늘 시작하고 후회하지만 끝나고도 후회한다. (나는 몽총이~뜨윗트윗뜨윗트윗) 엄마의 잔소리가 늘 귓가를 맴돌지만 맴돌기만 하고 머릿속으론 다행히(?) 안 들어온다.


오늘은 무슨 일로 고생해볼까~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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