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보일 Jun 06. 2020

내 글은 가벼웠으면

내가 내 글을 사랑하는 이유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을 미리 읽어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유명인이 추천해서, 표지가 예뻐서 그것도 아니면 그냥 끌려서 산 책이 내겐 정말 많다. 내가 책을 산 계기가 그 어떤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떳떳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그 보라색 책을 본 것 같다. 제목도, 표지도, 추천의 말도 마음에 들었던 그 책을 사기 전 벌써 책을 읽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읽었다. 충동구매 달인인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단 11글자.


"이런 책도 베스트셀러라니"


이런 책이 어떤 책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적어도 그때의 난 그랬다.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 서 있었으니 별 고민이 없었다. 누구나 글을 선택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선택받는 입장에선 좀 달랐다. 브런치를 한참 뒤적이다 보면 내 글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한다. 늘 농담 따먹기 식의 글투도 그렇거니와, 교훈도 감동도 정보도 없는 그저 그런 일기가 가끔은 나를 숨게 만든다.


작가의 서랍 속에 글이 자꾸 쌓인다 후


그래도 그럴듯한 변명을 하자면, 내 글은 가벼웠으면 한다. 무거운 글을 좋아하는 어떤 누군가는 무거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거운 글이 필요한 이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무거운 것 투성이인 일상에서 내 글만이라도 가벼웠으면 좋겠다. 모든 일이 내 글의 무게처럼 가볍게, 별일 아닌 듯 훨훨 넘어가길 바란다.


다른 사람보다 글을 잘 못 쓰는 것에 대한 합리화이자 자기 위안이라고 비난한다면 기분은 영 별로지만, 맞다. 나는 내 글을 사랑한다. (자기애 충만)  이상하게도 베스트셀러엔 '가벼운' 에세이 종류가 항상 끼어있는 것 같다. 무거움이 가벼움을 늘 이기는 것은 아니며, 읽기 쉬운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마음에 새긴다. (물론 내가 그분들과 동급은 아니지만, 곧 나란히 설 것임)


시궁창 글도 누군가에게 피...필요하니까.. ^^


결국 나는 그 보라색 책을 샀으며, 그 당시의 나에게 맞는 주파수로 울림을 주었다. 남들은 가볍다는 그 책은 적어도 한 사람에게 충분히 가치로웠으니 그걸로 되었다. 내 가소로운 끄적임도 세상 어느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가치로워지길 바라며 나는 계속 가볍고 싶다. (무겁나? 'v'a 땀땀)



작가의 이전글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