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보일 Aug 15. 2020

제주 여행을 멈춰주세요

소중한 나의 집

관광의 도시 제주도에 살면서 좋은 점은 풍족하게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철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그 해의 유행을 입고 먹는 모습 덕에 항상 새로움을 느끼곤 한다. 빽빽한 빌딩 숲을 벗어나 느긋한 해변가를 걷는 이들의 여유로움은 금세 옮아 나까지 기분 좋은 나른함을 만끽하게 해 준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 정반대다. 숨 막히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여기서만 오늘 10명 넘게 노(NO)마스크였어 샹샹바


마스크 때문이다. 나의 마스크가 아닌 그들이 손에 쥔 마스크 말이다. 거의 모든 곳이 관광지가 되어버린 탓에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선글라스는 지독히도 챙겨 쓰지만, 마스크는 턱이나 손에 있는 그들을 도저히 전처럼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가 없다. 


제주의 코로나 19 확진자가 모두 외부인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망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관광객 모두를 잠재적 확진자로 보는 것이냐고 퉁명스럽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제주는 아름다운 관광지이기 전에 소중한 나의 집이다. 내가 내 집 안에서 손님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구름아 어서 오너라


청명한 제주 하늘을 사랑하는 내가 매일 비가 오기를 기도한다. 심술이 맞다. 나도 여행 갈 줄 알고, 나도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친구들을 당당히 만나고 싶다. 그래도 참는다. 불볕더위 속에서 우리 엄마가 숨이 차면서도 꼭 마스크를 쓰고 '노(NO) 마스크' 당신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자면, 나는 여름 햇볕보다도 더 속이 끓는다. 


설레고 들뜬 마음을 마스크로 가릴 수 없다면, 부디 지금은 제주 여행을 멈춰 달라.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19 때문에 거짓말을 못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