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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Aug 28. 2020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위로 매뉴얼

상대방을 위로하는 방법 탐구하기

나는 참 '위로'나 '위안'이 힘들다. 다큐나 영화를 보고는 잘 우는데, 막상 내 앞에서 눈물을 떨구는 이들 앞에서 도리어 마음이 딱딱해진다. 가만히 앉아있는 감정 세포 궁둥이를 찰싹 때려서 일으켜 세웠다. 달고 시원한 걸 사주고,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줄줄 읊어주었다. 상대방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끙....


세상살이 다 똑같은지 SNS엔 위로 글귀가 돌아다녔다. 내게는 작은 파동도 일지 않는 글귀가 남들에겐 너울성 파도로 닿는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한 나는 '해결책부터 늘어놓기보다는 토닥이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구나.'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엉성한 '위로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위로 매뉴얼>

'고갯짓 + 공감의 말 +낙관적 미래 예언'

=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 어우, 힘들었겠네. 그래도 분명 잘 될 거야.




그런데 여전히 상대방은 울었다. '어쩌라고'가 목 울대까지 차올랐다 꿀떡 삼켜졌다.


곧 내 위로법의 오류를 찾았다. 일처리가 잘못되어 곤경에 빠진 내게 팀장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감히 힘을 내라 말했다. 고깟 말 한마디는 전혀 내게 도움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옆자리 동료가 건넨 작은 쪽지와 머랭 쿠키는 도움이 되었다. 사실 머랭 쿠키가 그랬다. 단 걸 입에 물고 있으니 한결 나았다.


나 머랭 쿠키 좋아하네


달콤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진정된 후에 적당한 해결책들을 듣는 멋진 위로. 내게 학습된 위로는 그랬다. 그래서 난, 내가 위로받고 싶은 방식대로 상대방을 위로했다. 아마 공감과 위로가 힘든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우일지도 모른다.


내가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 그들은 나름대로 힘껏 무언가를 내밀었다. 지팡이든, 손이든, 줄이든, 머랭 쿠키든! 내가 선택한 것만을 기억한다면 나는 영원히 위로 바보가 될 것이다. 다시 구렁텅이에 빠져도 머랭 쿠키를 택할 거지만 그다음엔 나 대신 구렁텅이에 빠진 무언가들을 기억해보려 한다.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위로 매뉴얼> (수정본)

(내가 힘들다고 징징댈 때)

1. 귀를 빌려주었던 사람 :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듣기

2. 무릎팍도사였던 사람 : 같이 해결책 찾아주기

3. 떡볶이 사준 사람 : 쿨피스 사주기

4. 대충 힘내라고 말한 사람 : 대충 화이팅! 해주기

5.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 : 그만 징징대기, 단 거 사달라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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