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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Sep 01. 2020

일 들어올 때 NO 저어라

좋은 사람인 척하지 마세요 토 나와요 ^^

좋은 사람이 되려다 모두에게 만만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내 얘기일 줄은 몰랐다. '좋은 사람' 우리 팀장을 비롯한 우리 팀은 전부 나를 만만히 보는 게 분명하다.

회사에 적응하려고 하는 나....


팀장은 갑자기 떨어진 업무에 바쁘고 짜증 난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했다. 정확히 내게만 표현했다. 퇴근하는 나를 불러 세워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로 시작했다. 오우... 그럼 말하지 말아야지. 자신을 부를 때는 반드시 'a팀 팀장님'이라는 풀네임을 불러주기를 원했다. 사회생활 기본 에티켓임을 강조하며 말을 끝낸 그녀에게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별 차이는 모르겠지만, 뭐 본인이 원한다면 두 글자 더 말해주는 것쯤이야.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이 그냥 팀장님이라 부르는 건 허락했다.


+ 우리 팀장


'수평적인' 우리 a팀 팀장님께서는 탕비실 청소를 월별로 돌아가며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8월은 a팀 팀장님, 9월은 나였다. 오늘은 9월 1일이다. 다음 주쯤 청소하면 되겠다 하는 나만의 계획을 엿들었는지 우리 a팀 팀장님께서는 바로 내게 탕비실 청소를 부탁했다. 혹시가 역시다. 7월에 먹었던 케이크 상자엔 쉰내가 났고, 8월에 먹은 과일 상자에선 파리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있었다. 참 지독하다. 입으로 신발을 찾으며 묵묵히 치웠다. 내가 치운 줄은 아무도 모를 테다.


절정은 업무 분배였다. 팀원은 7명, 업무는 26개라면 최소한 각자 3.7 정도의 일은 맡을 거란 생각은 철저히 나의 낙관론이었다. (이과 아님) 4를 맡았다. 0.3 정도 더 맡을 수 있다. 그런데 팀장은 자신이 7을 맡았다며 1만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요. 못하겠습니다."


라고 했어야 했다. 7을 한다는 그에게 왜 도움을 주고 싶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맞아야 한다. 나는 꾸역꾸역 5를 소화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는 줄 알았다. 팀원 중에 1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내가 5를 하는 걸 알고도 모른 척했다. 알고 보니 내게 넘긴 1은 팀장의 일이 아닌 부장의 일이었으며, 생색은 본인이 내고 있었다. 또 신발을 찾았다. 신발신발신발!


팀장님께 실수인 척 보내고 싶다 ^^




한창 내 업무로 바쁜 날이었다. 우리 고귀하신 'a팀' 팀장님은 허둥대는 내게 싱긋 웃으며 '바쁘냐' 물었다. 눈은 뒤통수에 자리하신 건지^^... 평소였으면 파트라슈처럼 쫓아갔을 테지만 단호히 말했다.


"네 ㅜㅜ 너무 바빠요. 혹시 복사 부탁하실 거면 다른 분께 부탁해주시겠어요? ㅜㅜ"


나만 들리는 내 호탕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앞으로는 일 들어올 때 NO 저으리라.

적응 안 하고 이러고 있을 거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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