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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Sep 05. 2020

엄마랑 루미큐브를 했다

딸이랑 엄마랑 놀기

휴대폰으로 니만 하지 말고

내도 좀 가르쳐달라는 엄마 말에

냉큼 루미큐브를 사들고 퇴근했다


그런데


군생활이 힘들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는 붕어싸만코에 체했고

엄마는 붕어눈이 되도록 울었다


그래도


루미큐브를 하자고 했다

안 한다며 손을 내젓던 엄마가

울적한 내 표정에 또 눈치를 본다

뭔지 몰라도 해보잔다


규칙이 왜 이리 복잡하냐며 판을 뒤엎기도 했고

한 번에 타일을 두세 개씩 마구 가져오기도 했다

말 안 듣는 열 살 같이 굴다가

별안간 해맑은 열 살 같이 웃었다


이내 진지해진 둘만의 루미큐브는

엄마만 모르는 깍두기 게임이었다

하나 남은 타일을 끝끝내 내려놓지 않고

엄마가 이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서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호탕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구석 먼지 창고를 털어낸 듯 마음이 가볍다


행복한 가정은 내가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

어쩐지 처음부터 루미큐브가 재밌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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