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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 Apr 09. 2020

이야기의 힘

호수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가 된다는 것.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고치고 다시 끄적이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털 끝 같은 용기를 내서 올렸다. 호기롭게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작가 신청을 해서 매거진을 발행하기까지 내게는 3년 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읽은 책이 몇 권이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글이 몇 편이고,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나눈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줄 용기를 감히 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것은 브런치 작가 승인을 뜻하지만은 않았다. 내 생에 내 모든 기준은 오로지 '나'이다.

나는 나에게 떳떳하고, 내게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신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완벽주의를 가장한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목에 차오를 만큼 글을 묵혀 두었다가 한 번씩 토해내 듯 써내려 가거나,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마저 사실은 내 기준에 부합했던 것은 몇 자 안된다.


어느 늦은 밤, 연락이 한통 왔다.

"저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어요. 다복님 덕분이에요."

까맣고 조용한 내 집 거실이 커다란 캡슐이 되어버린 것처럼, 내 기분은 비현실적이었다. 그것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이야기가 공기를 타고 타인에게 도달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아름답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내 고백이 누군가의 삶에 위안이 되거나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좋겠다는 야심 찬 희망을 내비쳤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비칠 때만 해도 나는 그것이 어떤 감동으로 내게 다가올 것이며, 나를 비롯하여 내 곁의 '우리'를 변화시킬지 알지 못했다. 짙은 밤 찾아온 몇 줄의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그녀가 내디딘 용기가 기특하고 감사하다. 더불어 나는 부끄러웠다.


오래전 나도 나의 멘토에게 같은 문장을 찍어서 보냈다. 그녀는 당연한 결과라고 나를 독려해 주었는데, 그 듬직한 믿음이 감사하고 벅찼다. 나는 나의 글벗들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걸까. 괜한 자존심으로 계절이 바뀔 동안 내딛지 못한 용기를 내야겠다고, 그녀가 올린 다수의 작품을 찬찬히 읽으며 다짐한다.




+ 그 날은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해주어서 참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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