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소모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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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된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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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찾아 헤매는 기계
교수 눈길 따라가는 기계
강의 내용 정리하는 기계
타인과 협력하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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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찾다 고장 난 기계
교수 눈길 놓쳐버린 기계
강의 내용 내팽개친 기계
타인이 괴로워진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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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인간은 밥 먹고 똥 싸지르고 자는데
비정상적인 기계는 글감 먹고 글 싸지르고 못 잔다
잠을 자기는 자는데 자는 것 같지가 않다
한 번 잠자리에 들면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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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는 언제까지 글을 뽑아낼 수 있을까
애초에 뽑아내는 글이 생산적이긴 한 걸까
한계에 다다르면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저 깡통에 지나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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