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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창호 Oct 19. 2023

현대예술은 왜 난해한가

     

예술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그림을 그리든 음악을 만들든 글을 쓰든 모두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관심사를 창의적으로 개성있게 표현하는 인간의 행위는 모두 예술의 영역이라 본다. 그러므로 직업적인 예술가만이 예술가가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이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감상자와 독자 역시 예술가이다. 작가야말로 가장 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읽지 않는가.      

 필자는 여기서 폭을 좁혀 20세기 이후 예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예술가는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동시대나 후세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 예술가와 독자는 작품을 매개로 무언의 소통을 하는 셈이다. 어떤 한 작품에는 그가 몸담은 시대와 인물의 영향이 들어 있고, 또 그 작품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작품에는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 녹아 있다. 이를 수평으로 보면 사회성이고 수직으로 보면 역사성이다. 역사성이 수천년간 지속되면서 민족성으로 자리 잡는다. 한 예술가의 작품에는 그가 속한 사회의 사회성과 역사성, 그리고 민족성이 담겨 있다. 물론 그 자신의 삶을 포함해서 말이다. 독창적인 작품으로 보일지라도 그 시대의 시대성과 민족성이란 배경하에 자신의 경험, 지식 그리고 이상(理想)을 개성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작품이라야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가 미술전시회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현대예술이 어렵고 난해하다는 점이다. 문학 또한 읽고 나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호한 것 투성이가 많다. 열린 결말이라 하지만 지리멸렬한 느낌을 벗어 나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고 이 때문에 일정 정도 대중의 공감을 받고 있다. 지면 관계상 미술을 예로 들어 보자.     

20세기 미술은 사진과 영상이 등장하면서 나온 위기감과 도전에 대한 반작용이자 응전이다. 사진보다 더 정교한 그림을 인간은 그릴 수 없다. 그래서 기계가 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자 시도한 것이 현대의 추상적인 그림이 아니겠는가.      

 사진에 대응하는 돌파구로 작가들은 사실적으로 리얼한 그림을 재현하는것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그 결과 나온게 추상과 상상의 세계이다. 즉 여러 시점으로 그리기도 하고, 음악을 감상하며 음악처럼 그리기도 하고, 내면의 감정을 여러 색채에 담기도 하고, 자연을 기하학의 도형으로 단순화시켜도 보았다. 그것은 그리는 대상이든 작가의 내면이든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찾고자 한 시도였다고 할진 모르나 남의 마음을 타인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이런 작업은 오히려 미술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예술관을 부수어 버렸던 것이다. 해체시키고 파괴된 폐허위에 아무런 깃발조차 없다.      

작가는 작품을 가지고 말한다. 작품을 감상할 때 두 인생이 만난다. 작가와 해독하는 자이다. 작가의 세계관과 감상자의 세계관이 작품에서 만난다. 두 지평이 만나는 것이다. 작가의 내밀한 것을 독자는 해독해야 하는 동시에 재해석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화가 한스 홀바인의 <무덤속의 그리스도>를 보고 도스토에프스키는 깊은 인상과 전율을 느낀다. 처참하고 비극적인 시체야말로 삶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작가 도스토에프스키는 비극적인 인간군상들의 심리와 삶을 작품에서 구현하고자 몰입한다. 또한 피카소는 아프리카 미술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여러 시점으로 대상을 그리고자 용기를 내었다. 도스토에프스키와 피카소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험속에서 작품을 해독하고 대화하여 자신의 눈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절실한 상황속에서 작품이란 텍스트를 만날 때 영감어린 스파크가 번쩍한다.      

  현대미술은 사진이 못하는 것을 인간이 하고자하는 도전에의 응전이었다. 그로부터 백년이 지났다. 이제 인공지능이 나왔다. 지식뿐만이 아니라 인간처럼 추상과 상상의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이 나온 오늘날, 이 도전에 인간은 어떻게 응전할까.      

10월 각종 전시회가 풍성하다. 작품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향유하고 감상하고 해독하는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의 반영이자 응전을 보여주는 것이 작품 아닌가. 이 가을날 소풍하러 전시장을 찾아가 보자. 그 곳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한스 홀바인 작 <무덤속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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