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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창호 Aug 17. 2023

옹기종기, 숨쉬는 옹기

옹기종기, 숨쉬는 옹기

 우리의 음식 재료에서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 등의 발효음식은 필수적이다. 그 집의 음식맛은 장맛에 달려 있다는 말에서 보듯 장맛은 우리의 음식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장(醬), 술, 젓갈 등을 보관, 숙성시키는데 가장 좋은 것이 옹기라고 한다. 우리 민족이 발효음식을 좋아한 역사는 <삼국사기>에서 김유신이 집안의 장맛을 보고 전쟁터로 향했다는 기록에서 보듯 그때에도 발효음식은 주요한 식품이었다. 요즈음 필자는 박물관에서 토기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어 토기와 관련이 깊은 옹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본다.

  여기서 잠깐 옹기의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옹(甕)’은 저장용기인 ‘독’을 말한다. 항아리인 옹기는 도기(陶器)에 속한다. 도기와 자기(瓷器)를 합쳐 도자기라고 하므로 옹기 역시 도자기에 속하건만 사람들은 옹기를 도자기와는 별개로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옹기 역시 도자기이다. 옹기는 자기와 달리 가마에서 한번 굽지만 자기처럼 잿물유약을 바르니 도기와 자기의 속성을 다 갖고 있는 셈이다. 잿물은 나무를 태운 재와 철분이 함유된 붉은 흙을 섞어 만든다.

  지금과 같은 옹기의 모습이 나온 것은 언제일까? 조선시대라고 알고 있지만 1100~1200도의 가마에서 유약을 바른 견고한 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때가 삼국시대이니 아마 그 이전부터 옹기가 나왔으리라 본다. 서울 아차산성 발굴 때 나온 고구려 도기를 옹기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그 이전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진 토기가 옹기의 원형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옹기는 토기에 유약을 입혀 고온에서 구운 생활용기로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이다. 토기가 변화하고 발전해 온 옹기만큼 우리의 삶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

 집 뒷마당의 장독대에 크고 작은 각종 옹기들이 일대 장관을 이루었던, 멀지 않았던 그때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옹기종기였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가 나오기 이전에는 여러 옹기들이 부엌 살림의 대분분을 차지했던 때가 있었다. 커다란 물항아리, 쌀독, 김칫독 뿐만 아니라 작은 접시, 그릇 역시 옹기로 된 것이 많았다. 그런데 40여년간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옹기 그릇은 구석으로 밀려 나갔다. 김장을 저장하던 김칫독이 김치냉장고로 대체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옹기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사라져 버린 옹기가 친환경 바람을 타고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무엇일까? 그 묘책 역시 옹기가 가진 숨을 쉰다(사실은 옹기에 담긴 내용물이 숨을 쉬는 것이다)는 특징을 살리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옹기의 재료인 질흙에는 모래를 약간 넣어 주는데 이것이 소성과정에서 숨구멍 역할을 하여 공기를 드나들게 해 주고 있다. 산소가 유입되는 옹기는 부패균은 억제해 주고 몸에 유익한 유산균은 발효시키므로 발효식품을 보관, 저장하는 데에는 옹기가 최고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옹기는 내부온도를 늘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겨울철 땅속 옹기에서 보관하는 김치맛이 좋은 이유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것이 우리의 김치냉장고 아닌가. 김치냉장고의 뚜껑은 위이고 냉각방식이 직접냉각인데 이것 역시 옹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아닌가. 

  그럼 취미로 옹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옹기를 현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성공한 사례가 있다.

 제빵점에서 스텐레스통이 아니라 옹기통에서 빵을 부풀리고 구우면 식감이 더 좋은 빵을 얻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스텐레스통에서 나오는 빵은 금방 푸석푸석해지지만 옹기통에서 구운 빵은 수분을 오래 함유하여 빵맛과 식감이 좋다. 

  필자의 제안으로는 곤충사업에 있어 옹기통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애벌레인 유충을 키울 때 기존의 플리스틱통 대신에 옹기통에서 키우면 훨씬 더 거대하게 자라게 할 수 있다. 산소공급이 잘되면 곤충은 더 잘 자라고 거대해진다. 곤충은 거대하게 자랄수록 비싸다. 또한 물고기를 키우는 수조를 유리 대신 옹기로 만들면 어떨까? 공기가 잘 유입되어 물고기에게 좋을 것이다. 

  우리의 의지가 있다면 옹기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길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과연 옹기는 우리의 삶과 계속할 수 있을까?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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